[취재여록] 경부고속철도 부실 책임

올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의 핫이슈는 "부실 경부고속철도"였다. 잦은 설계변경과 이로인한 국민 혈세의 낭비 그리고 붕괴가 우려되는 폐광의 존재를 외면해버린 엉터리 사전조사 등이 의원들에 의해 지적된 부실의 내용이다. 건설교통부와 한국고속철도공단은 이런 지적에 대해 건설공사를 하다보면 예상치못한 수많은 일이 벌어져 당초 계획대로 될 수는 없다는 이른바 "건설공사 원죄론"을 이번에는 되풀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인정하고 계획의 전면 수정을 약속했다. 김한종 공단이사장이 "고속철의 공기와 사업비 등에 대한 계획을 수정,내년 상반기까지 발표하겠다"고 말했을때만 해도 이제 건교부의 체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적인 전망까지도 나왔다. 그러나 건교부와 공단이 22일 내놓은 대수술의 방법은 다름아닌 공단의 조직개편이었다. 현재 사업조정 관리 건설 차량 전기 등 5개 본부체제에 품질관리본부를 신설한다는게 골자다. 품질본부는 꾸준히 제기되는 부실공사 의혹을 줄이기위해 현장에서 사용중인 시료를 수시로 채취, 검사를 통해 기준에 적정한지를 따지겠다고 한다. 또 경력이 많은 엔지니어를 뽑아 "상시 점검반"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탁상을 벗어나 현장으로 되돌아 가겠다는 의지, 문제의 시작과 끝은 결국 현장에 있다는 인식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채용인력의 수가 문제다. 이미 추경예산을 확보, 82명을 뽑을 예정이며 내년에도 22억4천만원의 예산으로 1백69명을 더 채용키로 했다. 현재공단의 총 인원은 6백91명. 2년새 현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늘리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부실을 인정한 건교부와 한국고속철도공단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공단의 몸집키우기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을 내놓은 것은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이해가 안될 뿐이다. 남궁덕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