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영상시대 '협찬광고' 확산..케이블TV 시장확대가속

명동이나 이화여대 앞 액세서리점에서 요즘 잘나가는 품목이 "황신혜귀걸이"이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이야기로 화제가 됐던 드라마 "애인"에서 여주인공 황신혜가 걸고 나온 귀걸이다. 인기탤런트 김남주는 한동안 "김남주목걸이"나 "김남주팔찌"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드라마속 주인공의 의상이나 액세서리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그대로 흉내낸다. 가수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는 처음에 외면받다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삽입곡으로 전파를 타면서 공전의 히트작으로 탈바꿈했다. 드라마에 한번 뜨면 그게 곧바로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는 것이 영상시대의 풍속도이다. 이처럼 방송의 위력이 크니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영상속 광고"(PPL: Product Placement)나 "협찬광고"이다.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소품이나 경비를 지원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상품이나 기업이미지를 선전하자는 것이다. PPL은 일종의 끼어들기다. 공익성을 중시하는 방송에서는 엄격히 규제되는 바람에 주로 영화에서 발달했다. 주인공이 LG전자의 싱싱냉장고에서 코카콜라를 꺼내마신 뒤 아반떼승용차를 타고 두산아파트에 사는 애인에게 놀러간다는 식이다. 최근 TV의 토론프로그램이나 시사보도물에서 사회자가 한결같이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도 PPL과 무관하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몇년전 드라마 "질투"에서 여주인공 최진실이 승용차를 "르망"에서 "프라이드"로 바꾼 것도 기업들의 PPL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사 제공 전자계산기" "사 제공 항공기티켓" 등 퀴즈프로그램의 말미에 사회자가 상품안내를 하거나 "이 프로그램의 제작엔 사가 협찬했습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은 협찬광고에 의해 이뤄진 것들이다. 프로그램 협찬은 광고와는 달리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적고 드라마 등의 인기를 곧바로 제품의 인기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0초안에 터지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광고계의 속설처럼 광고만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시청자들의 재핑(Zapping)현상도 피할 수 있다. 협찬광고는 케이블TV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아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기업들이 참여해 제작비를 지원하는 "풀스폰서십"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PPL이나 현금협찬이 단기간의 판매효과에 치중했다면 풀스폰서십은 장기캠페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소비자들의 쇼핑행태나 사회분위기까지 바꿀 수 있는 붐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여성전문채널인 GTV의 "우리는 애견가족". 10분간 강아지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강아지먹이 생산업체인 퓨리나코리아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주부들에게 강아지기르기 바람을 일으키며 국내 애견용품 시장규모를 1,0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데 크게 공헌했다는게 관계자들의 평이다. 퓨리나코리아의 김부종부장은 "애견용품시장이 성장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붐을 일으킬 필요가 있어 프로그램제작에 참여했다"며 "월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광고효과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GTV는 "우리는 애견가족"이 뜻밖의 성공을 거두자 올해는 보쉬코리아의 협찬으로 "DIY-쉽고 재미있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보쉬코리아는 자동드릴 등 전동공구를 만드는 회사로 집안에서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든다는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아 떨어진다. 음악전문채널로 신세대에게 인기높은 m-net은 서광모드의 캐주얼의류인 행텐의 도움을 받아 "고 엠넷 고"라는 버라이어티쇼를 방영하고 있다. m-net 관계자는 "서광모드가 제작비를 댔지만 특별히 PPL 등으로 광고해주는 것은 없다"며 "다만 프로그램의 인기가 자연스롭게 캐주얼의류인 행텐의 이미지로 옮겨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net은 이외에도 게스청바지와 "리듬천국"을, 필립스코리아와 "아웃 오브 더 박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하고 있다. 풀스폰서십은 아직까지 케이블TV에 익숙한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GTV의 이태영 방송사업국장은 "케이블TV의 유효시청가구수가 100만에 접근해가면서 외국처럼 틈새시장을 겨냥한 협찬광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반 방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케이블TV 고유의 광고마케팅전략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