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프로젝트" .. 한보 시베리아 가스전 현장르포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리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시. 인구 1백만명의 이 소도시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북쪽으로 3시간 정도 날아가면 코빅틴스크 가스전이 나타난다. 짙은 녹색의 광활한 침엽수림 군데 군데 황토빛의 대지를 드러낸 곳이 시추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바로 이 곳이 한보그룹이 개발을 추진중인 시베리아 가스전의 심장부이기도하다. 한보가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루시아석유회사는 이 가스전 일대에 이미 22개의 시추공을 뚫어 놓았다. 각 시추공에선 어른 팔뚝 크기의 파이프를 통해 천연가스가 분출돼 나오며 주홍빛 화염을 내뿜고 있다. 루시아석유회사측이 현재까지 확인한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총 매장규모는 7억t 정도다. 한국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이 7백만t이니까 약 1백년은 쓸 수 있는 규모이다. 한보는 그러나 앞으로 확인 매장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99년까지 모두 1백12개의 시추공을 추가로 뚫을 계획이다. 그러면 매장 확인규모는 크게 늘어날 게 뻔하다. 현재는 14억-20억t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반 블라디미로비치 현장사무소장). 이렇게 되면 시베리아 주변의 러시아 중국 한국등에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루시아석유회사측은 장담한다. 삯풍의 시베리아가 천연가스의 보고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보는 이르쿠츠크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일단 러시아 내수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오는 99년부터 러시아에 내수용으로 연간 1백20만t 씩을 공급하고 2001년부터는 4백만t으로 공급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중국측에도 연간 7백만t씩을 공급하기로 이미 러시아와 중국정부간 합의가 이뤄져 있다"(전규정한보그룹 동아시아가스사 사장). 오는 2005년께 부터는 이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한국에 까지 끌어 온다는 게 한보의 계획이다. 이때 예상 반입규모는 연간 1천2백만t. 국내 가스예상 소비량 2천만t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총연장 6천1백km에 달하는 한국까지의 파이프 라인은 이르쿠츠크 지역을 출발해 러시아 연방내 치다 자바칼스크를 거쳐 중국 북한을 통과시킨다는 게 한보측의 구상이다. 한보는 이처럼 현지에서 생산된 가스를 그대로 파이프 라인을 통해 공급하게 되면 액화과정을 거쳐야 하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가격이 15-20% 정도 낮아 경제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시베리아 가스전이 "황금 알"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한보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넘어야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루시아석유회사 지분 인수과정에서 삐져나온 한국가스공사등 7개 국내기업이 참여한 기존 컨소시엄과의 역할분담 문제가 해결해야 할 첫번째 과제다. 또 국내 컨소시엄과의 관계가 정립되더라도 파이프 라인 건설엔 러시아 중국 북한등 관계국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어서 이들간 이해조정 여부도 관건이다. 시베리아에 무진장 뭍혀있는 천연가스를 한국까지 파이프라인으로 끌어 들여오는 "꿈의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는 과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