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산업] (케이블TV/옥외광고) 케이블TV, '황금알 거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기대와 함께 작년 3월 출범한 케이블TV.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케이블TV의 위상은 초라하게 위축돼 있다. 신문 방송에 이어 제3의 광고매체로 떠오르리라는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부진한 광고수익과 그에 따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전송망의 설치나 프로그램의 확보 등 충분한 방송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서둘러 출범한만큼 이러한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KBS MBC SBS 등 공중파방송에서도 몇번 우려먹은 구닥다리 작품이 재탕되거나 전송망의 부족으로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케이블TV의 광고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95년3월 출범이래 작년말까지 프로그램공급업체(PP, Program Provider)들이 벌어들인 광고수입은 486억원이었다. 4조9,000원으로 추정되는 작년 광고시장의 0.1%에 불과한 액수다. 외형으로만 보면 올해 케이블TV의 성장은 눈부셨다. 우선 케이블TV 시청의 관건이 됐던 전송망설치단자수가 17일 현재 469만1,800여개로 늘어났으며 컨버터를 설치한 가구수도 91만 가구에 달한다. 올연말까지라면 100만 가구 돌파는 무난하다는게 업계의 예상이다. "케이블TV 시청가구수가 100만 가구를 넘기면 상업적인 기반이 형성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린다면 장사할 밑천은 충분히 닦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를 바라보는 관계자들의 시선은 밝지 못한게 현실이다. 아직도 케이블TV의 광고효과에 회의를 느끼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불경기까지 악재로 떠올랐다. 케이블TV업계에 따르면 올상반기에 YTN HBS GTV M.net 등 24개 PP사들이 올린 광고수입은 총 420억원. 애당초 PP사들이 잡았던 금년도 광고매출목표는 1,500억원이었다. 이상태라면 연말까지는 목표의 67%인 1,000억원에 그칠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상당수의 PP사들이 "광고효과"보다는 모기업의 "선심성 광고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것도 케이블TV의 자생력이 취약함을 보여준다.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케이블TV가 광고매체로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태영 GTV 방송사업국장은 "케이블TV의 현상황은 한마디로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와 양치는 소년이야기와 같다"고 푸념한다. 출범 당시 워낙 높은 기대를 걸었다가 실패한지라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광고주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방송 장정모차장은 "최고경영자들이 아직까지 케이블TV에 익숙지 못한 것이 큰 문제"라며 "유효 시청가구수가 100만에 달했다는 자신감과 광고효과에 대한 논리를 가지고 광고주를 설득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케이블TV 특유의 정보전달형 광고인 인포모셜이나 M.net GTV 등 전문채널별로 자생적인 중소기업광고가 늘어나는 점을 들어 다른 매체와 차별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케이블TV의 앞날은 썩 낙관적이지 않다. 공중파방송의 전일방송과 위성방송의 출범 등 경쟁요소가 산재해 있다. 전문가들은 "케이블TV 광고시장의 성패는 곧 방송매체로서의 케이블TV의 홀로서기와 직결된다"며 "다른 매체와 차별화된 편성 및 광고마케팅전략이 병행될 때 틈새마케팅도구로서 케이블TV의 위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