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황진단] '원유'..이라크 수출부분재개 민감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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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람 올해 국제상품시장에서 값이 많이 오른 것 중의 하나가 국제원유이다. 올해 국제유가는 일부 OPEC(석유수출국기구)회원국들이 생산쿼터협정을 위반, 공급물량을 늘린데다 이라크의 부분적 원유수출 재개가 허용됨으로써 하반기에는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과는 달리 국제원유가격이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유생산량 증가분의 상당량이 OECD(경제협력개발)를 비롯한 극동 아시아 원유소비국에 의해 흡수된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정유업체들이 낮은 석유 재고유지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6월말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기지 폭탄테러사건을 시발로 미 의회의 대이란 및 리비아 제재법안이 통과되면서 야기된 중동지역의 정세불안도 원유가격을 상승기조에 올려놓는데 한몫을 했다. 여기에 지난 8월31일 이라크의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촉발된 미국과 이라크간 군사적 초긴장상태는 유엔의 이라크 원유수출 재개를 무기한 연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NYMEX (뉴욕상품거래소) 등 국제원유선물시장에 투기성 펀드자금이 상당량 유입되면서 국제유가는 걸프전 이래 최고수준인 WTI(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기준 배럴당 25.61달러까지 상승, 지난달 21일이후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원유수출 재개 문제가 국제유가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이유는 공급물량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원유수요의 견실한 신장세로 인한 수급균형때문이다. 또 주요 소비국 정유업체들이 낮은 석유 재고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석유재고가 갖는 유가 완충기능이 상당부분 약화된 것도 국제유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향후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는 WTI기준 배럴당 21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제원유선물시장이 투기성 펀드자금의 유입으로 인해 기술적 과매입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97년 1.4분기까지 전년보다 약 3달러 상승한 WTI기준 배럴당 평균 23.5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강보합세가 이어지리라 전망된다. 이는 금년 하반기 유가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던 이라크 원유수출재개문제가 미국의 강한 반대로 97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