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연예계 "역할 파괴" 바람 .. 만능 연예인 두각

가수와 코미디언이 TV드라마에 출연하고 거꾸로 탤런트가 코미디나 개그 프로그램에 나온다. 연예계에도 장르 파괴 바람이 거세다. 만능엔터테이너내지 종합예술인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멀티연예인"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 장르 파괴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코미디. 왕년의 멜로물 톱스타 김자옥이 MBC의 코미디물 "오늘은 좋은날"에서 공주병에 걸린 여고생으로 등장,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하며 거듭나고 있다. 성격배우였던 조형기는 각종 코미디와 버라이어티쇼에서 기발한 재치로 웃음을 자아내 만능엔터테이너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탤런트 박용식 김동현 정소녀, 가수 신신애씨 등도 SBS의 세태풍자코미디 "코미디 펀치펀치"에서 코미디언 못지 않은 웃음을 선물, 시청자들의 주목을받았다. 가수 노사연도 SBS의 "폭소 하이스쿨"에 철없는 여고생으로 출연, 인기를 끌었다. TV 드라마에도 탤런트가 아닌 가수 코미디언 아나운서 등이 캐스팅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수로 출발한 김민종은 MBC 드라마 "아파트"에서 김지호와 호흡을 맞춘데이어 KBSTV의 수목드라마 "머나먼 나라"에서 주인공 한수역을 맡아 열연,아예 배우로 전업할 태세다. 가수겸 작곡가인 김창완도 MBC 미니시리즈 "연애의 기초"에 등장한데 이어 11일부터 방송될 MBC의 새 일일연속극 "서울하늘아래"의 주인공 고거봉으로캐스팅됐다. 어눌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기 때문. 가수 이상우도 케이블TV HBS(채널 19)의 드라마 "3층집 사람들"에 나오고 있으며, 그룹 코코의 이혜영은 SBS의 "신고합니다"에 개성만점의 술집아가씨은실로 출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개그맨 이홍렬은 SBS의 추석특집드라마 "음식남녀"에서 딸 셋을 둔 집의 가장역을 맡아 개그맨과는 또다른 진지한 모습을 보였고 아나운서 유정현은 SBS드라마 "부자유친"에서 첫째 사위역으로 출연, 개성있는 연기를 펼쳤다. 쇼 MC와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진행자 역시 장르파괴가 거센 분야. 가수 이문세 개그맨 서세원 등은 본업보다 부업인 MC로 더 유명하고 탤런트 김미숙 최화정 등은 라디오 진행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지호 역시 라디오 진행에 뛰어든 상태. 이처럼 연예인들의 장르 파괴 현상이 확산되는데 대해 방송사들의 시청률 위주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연기건 MC건 전문가가 있는데 시청률만을 의식, 인기스타면 적성이나 자질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무조건 기용함으로써 방송의 전체적인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누가 맡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시되는 만큼 어떤 분야에서 출발했든 능력만 있으면 종합엔터테이너로 성장할수 있도록 기회를줘야한다고 주장한다. 정진민 MBC홍보팀장은 "시청자는 스타를 특정한 이미지의 인물로 파악하지않는다"면서 "세계화시대를 맞아 국내에서도 장르에 관계없이 활약할수 있고개성이 뚜렷한 멀티연예인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