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한 차원 높여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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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눈살을 지푸릴 대형 독직사건들이 접종하자 급기야 공직자에 대한 또 한차례의 사정바람이 예고돼 있다. 그런데 이에 시원스레 잘하는 일이란 반응 못지 않게 또 일벌백계한답시고 일만 더 꼬이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 특히 문민정부가 추구해온 사정 개혁을 지켜본 국민들의 일정한 소회에 연유할 것이다. 물론 두 전직 대통령도 예외가 아닌 사정의 공정성에 대해선 일부 이의에 불구, 그리 인색하진 않다. 그럼에도 사정에 회의가 따르는 이유를 철저히 구명하는 일은 장래를 위해 유익하다고 본다. 첫째로 많은 지적은 사정의 실시가 마치 공개행사처럼 예고되는 동시에 일정기간만 지나면 유야무야 끝나는데서 오는 부작용이다. 실제로 사정 예고후 평소 낯익은 고위인사들이 살벌하게 팔짱껴 수감되는 일정한 포맷의 텔레비전 화면이 연달아 방영되곤 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그런 법외의 공개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직자들이 죄를 짓지 않으려 조심하는 효과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패 유혹이 그리 단순치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예고후 잘 해야 한두달만 납작 엎드려 숨어 지내면 그만이라는 신호 기능이 효과 못지 않은 사정의 역기능인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 그기간동안 엎드려서 열심히 일만 한대도 괜찮다. 소위 복지부동 무사안일로 조금이라도 책임질,일다운 일은 피하고 적당히 세월 보내는 풍토가 바로 문제임을 겪어서 안다. 둘째 대가로 금품을 받고 직권을 남용하는 공무원 부패의 표준유형은 일벌백계식 사정으론 적발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중에도 업자나 수익자와 결탁, 상납을 체질화한 부패구조는 평소 다져논 인간관계 때문에 투서가 없는 한 신호만 울렸다 하면 납작 숨기 십상이다. 결과는 뭔가. 일벌백계에 상습-지능범은 잡히지 않고 요령없고 배경도 없는, 시치미도 잘 뗄줄 모르는 불운 온순형이 망에 걸리기 십상이다. 본래 일벌백계란 전장에서 병력을 아끼기 위해 한 사람만 본때로 중벌하는 일종의 병법이다. 셋째 금품수수 부패의 성격이 단순하지 않음에도 이를 단속 처벌에만 의존하려는 단순한 사고에도 문제가 있다. 비단 공직자만 아닌 거의 모든 직장인이 소득증가 이상으로 여러가지 과외적 지출요인이 앞서 늘어 시달린다.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자녀의 과외비, 혼수비용에 고통을 겪음은 물론 특히 갈수록 증폭하는 경조사 지출은 이미 한계상황에 다가서는 느낌이다. 공사직장 불문한 이런 지출요소는 부패를 자극하는 주요 요인이 됨을 직시, 무언가 사회적 대응책이 강구돼야 한다. 이같은 사정의 문제점에 접근하는 정도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죄가 있으면 그때그때 법에 따라 백죄백벌하는 것 이상 없다. 아울러 보수체계 정상화, 비정상 지출요인 절감등 양면에서 부패원인 배제에 범사회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반대로 권력누수 방지등 때에 따른 정권적 필요에서 공직자 사정이 제기-폐기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