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기획] 삼성항공, 포커사 인수 왜 늦어지나

삼성항공의 포커사 인수 여부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쉽게 결말이 나지 않고있다. 현재까지는 그룹측의 부정적인 입장에 변화가 없는 데다 삼성항공과 네덜란드 정부간의 협상도 별달리 진척되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덜란드 정부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이후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합의하는 수준으로 진행될 듯 하던 인수작업도 표면적으로는 다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삼성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3일 "네덜란드에 파견됐던 항공의 실사팀이 지난달 말 귀국해 협상결과를 보고했다"며 "이를 검토한 결과 종전의 입장을바꿀 이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포커사 인수 문제에 관한 한 그룹과 항공측의 견해가 다르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 이는 또 항공 실무팀과 네덜란드 정부간의 협상에도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룹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근거는 두가지다. 우선 네덜란드 정부와의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삼성항공 관계자는 "양해각서 내용의 80% 정도는 양측의 입장이 일치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인수후 자금지원과 포커사의 기존 수주물량에 대한 생산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는 상호 이견을 보이고 있는 20%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 네덜란드 정부는 삼성이 포커사를 인수한 후 6억달러(5천억원) 정도를 장기투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삼성측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파산한 포커사의 경제적 가치도 현재로선 암울하다. "포커사의 경영정상화에는 20억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유럽에어버스사)이라는 전망도 있다. 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포커사 인수에 대한 국내 항공기업계의 입장차이가여전히 크다는 점. 포커사 인수는 국내 중형항공기 개발사업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게 항공기사업의 특성인만큼 정부의 지원도 중형항공기사업조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삼성이 항공기사업을 제대로 벌이려면 해당 조합에 소속돼 있는 국내 업체들과의 사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항공 등 국내 업체들은 "삼성이 포커사를 인수해 중형항공기 사업을 벌인다면 중형항공기조합(KCDC)에서 아예 탈퇴하겠다"는 강경방침을고수하고 있다. 삼성이 포커사 인수를 지렛대로 삼아 국내 중형항공기사업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삼성그룹은 보다 좋은 조건으로 네덜란드정부와의 협상이 마무리 되고국내 중형항공기 컨소시엄간의 이견도 깨끗이 조율된다는 두가지 전제가 충족돼야만 포커사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포커사 인수에 넘어야 할 산이 두가지 있다면 현재는 첫번째 산의 중턱에도 채 못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비서실 기획팀)는 것이다. 물론 네덜란드정부와의 협상과 국내업계간의 이견조정이 급진전돼 삼성이 포커사 인수를 전격적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그룹의 부정적 반응이 보다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포커페이스"전술로 볼수 있는 당위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94.2 : 통상산업부, 한-중 중형항공기 사업계획 확정 발표 95.1 : 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설립(주관회사 삼성항공) 96.1 : 삼성, 포커사 인수 추진 96.3 : 포커사, 파산 96.6 : 한중 중형항공기사업, 중국측 합의사항 파기로 무산 96.9 : 삼성항공, 포커사에 인수 실무팀 파견 96.10 : 삼성항공, 포커사 회계장부 열람권 확보 " : 삼성항공, 2차 실무팀 파견 " : 삼성항공, 네덜란드정부와 포커사 인수에 관한 양해각서 교환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