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클린턴 재선과 한-미 경제관계' .. 이한구

이한구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대로 미국대통령 선거결과가 현집행부의 재집권으로 나타났고, 미국의회구성도 의원 등의 성분 분석은 아직 확실치 않으나 공화당의 계속 지배도 선거전부터 예상되던 바이다. 따라서 최소한 정치판도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정책이 크게 변할 요소는 많지 않게 된 셈이다. 그러나 선거를 거쳤기 때문에 보다 확실하게 다져질 분야라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선거기간 중 공통적으로 내걸었던 공약일 것이다. 예를들어 2002년까지 균형예산을 달성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또 범죄척결과 중산층의 부활 및 가족적 가치의 중시, 그리고 강력한 미국의 지도력 유지를 겨냥하고 있는 점이다. 불법 이민자들의 고용차단과 저소득자에 대한 의료혜택삭감, 환경보전강화도 충분히 예상된다. 한편 클린턴 재집권후 미국 통상정책은 향후 미국경제가 하강 기조 속에 있기 때문에 다소 국내문제 해결용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겠으나 선거전부터 밝혀놓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은 적다. 또 향후 진행될 WTO(세계무역기구)의 후속 협상과 신다자간 협상에 있어서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제 규범을 확립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며, 다자간 협상과정 혹은 협상결과에서 제시될 미국의 입장을 바탕으로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쌍무적인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다자간 혹은 쌍무간 채널은 양자택일보다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역별로는 NICs(신흥공업국)의 높은 성장세와 중국, 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급부상 등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미국경제와의 긴밀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집중적인 통상지목지역이 될 것이다. 미국은 95년 이후 무역전망보고서에서 대부분 아시아 국가가 포함된 10대 거대부상시장(BEMs)에 대한 수출(주로 환경.정보.의료.수송.에너지.금융)을 향후 5년간 현 수준보다 75% 늘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특히 약속된 개방계획은 그 이행여부를 추적하여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되, 필요할 경우 상대국의 경제정책과 관행까지 간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대미 무역흑자국 가운데, 인위적인 환율조작국과의 환율협상을 의무화하여 해당국 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을 가할 것이다. 또 한편 선거후 통상정책의 방향은 대일관계 뿐만 아니라 중국 및 ASEAN을 포함한 미국의 대아시아 통상정책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미국의 대중정책의 핵심은 무역적자 문제보다는 안전보장에 우선을 두고 있으며 중국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가맹을 인정하고 WTO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또 대 ASEAN정책은 APEC의 틀을 이용하여 ASEAN 국가들의 배타주의를 견제하는 것이 현재의 중심과제이며, 대일정책은 보험이나 항공 등 양국간교섭을 유지하면서 대중국.ASEAN 정책은 다국간교섭에 따른 관여와 견제를 통한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정책은 어떠할까. 아마 미국은 한국을 경제교류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국제경제적 책임분담과 실질적인 개방확대를 요구할 것이다.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계기로 각종 국제협상에서 선진국 지위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그동안 다소 완화되었던 미국의 대한 쌍무통상압력과 시장개방 요구가 다시 강화될 것이다. 향후 대한 통상협상에서 중요시될 분야는 기존의 통상현안 뿐만 아니라,미국이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금융, 보험, 증권, 통신, 엔지니어링 등 서비스부문과 첨단기술 및 농산물 분야 등 전분야에 걸쳐 진행될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시장에 대한 최우선 개방국으로 지목되는 동시에,농산물 통관절차 간소화, 식품유통기한 축소, 외국인업체의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행정부내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WTO 제소, 통상법 301조 또는 수퍼 301조 개시, 스페셜 301조의 우선관찰대상국 지정 등의 조치발동을 시사한 바 있다. (이미 캘리포니아 오렌지 통관절차, 식품유통기한 등에 불만을 제기한 미국은 한국을 WTO에 제소한 바 있으며, 특히 301조에 따라 금년 7월에는 통신분야에 대한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음) 한편 대한 협상방식에 있어서는 가존의 품목별 협상보다는 포괄적인 협상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국과의 협상에 있어서는 그동안 한미 영업환경개선회의(PEI),경제협력대화기구(DEC)를 추진하는 등 일본과 유사한 협상방식을 진행시켜 왔는데 기존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포괄적인 협상방식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다른 점은 클린턴 재집권이후 미국내 기업 경영환경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내에 과거보다 훨씬 많은 한국기업들이 진출하기 때문이다. 미 상무성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투자는 92년 이전까지는 대미투자 상위 25개국리스트에 들지도 못했으나, 지난해에는 캐나다, 독일, 영국,일본, 호주에 이어 제 6위의 투자국이 되었다. 주요한 경영환경이라면 향후 4년간 미국성장률은 낮게, 금리는 다소 높게 변화하면서 GDP대비 국제수지적자비중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또 미국내 피고용인에 대한 아시아기업들의 대우문제가 미국정부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으며, 환경관련규정이 대기오염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시설과 제품, 기업전체에 미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또 독점규제관련법규를 숙지할 필요와 소비자보호와 제품의 안정성 관련 제반규정에 주목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동시에 특정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분석을 전제로 할때 우리는 우떤 정책과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 현재 세계경제의 범세계화의 진전과 한국경제의 세계화 과제를 감안할 때, 향후 한미간 통상관계는 한국경제의 범세계와 맥락에서 양국간 상호이익과 일본, EU(유럽연합)의 입장, 국제규범 등을 균형감 있게 고려하여 추진해야 한다. 원만한 통상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대미 수입규모의 변동 등과 외형상의 양국간 통상수치가 아니라, 우리의 제도나 절차가 국제기준이나 주요 교역상대국들에 비해 어떠한 수준에 있는가를 객관적,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은 물론 객관적 시각에 바탕을 둔 한미 통상관계정립을 서두를 때이다. 또한, 업계간 협력확대와 국가 이미지 홍보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한국은 미국의 수출신장과 무역수지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불공정성의 비난으로부터 벗어나야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의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분쟁해결기구를 가지고 있는 WTO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인데 WTO 등 다자간 채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내적으로 우리나라가 양허한 사항은 철저히 이행하고, 이들 기구에 한국인을 많이 진출시키고, 국제 규범에 능통한 전문통산인력을 배양해야 할 것임과 동시에 향후 제적될 신다자간 협상이 현재 미국의 주도로 논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분야에서 국내제도 개선과 산업대책 및 대외협상대책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한국의 민간 분야와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으므로 무역협회,업종별 협회, 상공회의소와 같은 민간단체는 미국의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