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고 .. '흑색선전이 안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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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이 당선됐다. 지난 9개월동안 미국의 대선을 지켜 보면서 느끼는 것은 미국사람들의 정치문화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문화와 차이점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선거 자금을 많이 쓰는 후보만 승리한다고 확신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돈을 아무리 많이 쓰는 사람이라도 정책대안이 없으면 실패한다는 것이다. 선거전에서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써도 미국시민의 여론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몇 개월동안 공화당은 인기를 만회하려고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쓰면서 클린턴의 비리와 도덕성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클린턴의 지지율은 변함없이 50~53%를 유지하였다. 그것은 미국사람들이 흑색선전에 넘어가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한국의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도덕성문제를 제기하면 낙선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의 관측자는 공화당이 클린턴대통령의 도덕성과 정직성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는데도 클린턴의 지지율은 변하지 않고있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 클린턴에 대한 비판과 같은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다면 그 후보는 낙선하는 것이 당연한데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국사람들은 매우 실용적이고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후보자의 정직성이나 비도덕성 보다는 후보자의 능력과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 클린턴은 지난 4년간의 임기동안 재정적자를 63% 감축시켰다. 미국사람들은 공화당정부가 재정적자를 너무도 많이 축적하여 놓았기 때문에 자손대대로 갚지 않으면 않되었다. 클린턴행정부는 근래에 처음으로 재정적자를 감축시켜 놓은 것이다. 전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업적이었다. 그리고 클린턴행정부는 지난 20년동안 가장 낮은 실업율을 기록했다. 항상 9~10% 수준이었던 실업율을 5%로 낮추었으며 1,000만명에게 새로운 직장을 만들어주었다. 또한 지난 30년간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아 최저의 인플레이율을 정착시켜 놓았다. 이와같이 미국사람들은 선거당시의 경제상태에 많이 좌우되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부시대통령이 클린턴후보에게 패배 당한 것은 1992년선거때 미국의 재정적자가 많았기 때문에 세금을 올렸고, 실업율이 높아졌으며 또 경제의 불황상태가 지속되었기 때문이었다. 클린턴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미국사람들은 현제와 같은 경제호황을 지속시키는 것을 바라고 있어 클린턴에게 투표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민주당에게 맡기고 국회는 공화당에 맡기면 상호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는 잘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미국사람들의 사고이다. 한국에서 야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면 여당은 망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사람들은 균형있는 정치 상호간의 타협으로 이루어지는 정치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양극화되어 공방전이 일어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타협의 정치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4년의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이 235석을 확보함으로써 공화당의 깅리치가 하원의장이 되었다. 깅리치의 독선과 극단주의는 미국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깅리치가 추진한 소위 공화당혁명은 실패로 돌아갔고 깅리치는 인기가 떨어져 이번 선거에서 얼굴도 내밀지 못하였다. 공화당은 깅리치를 숨겨놓고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그만큼 독선적이고 비타협적인 정치인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것이 미국의 정치문화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재선되면 외교정책도 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대 한반도 정책도 변화할 것인지 검토하여 볼 필요가 있다. 북미외교가 수립되어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더욱 악화되어서 불안상태가 지속될 것인지 좀더 두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의 제2개 외교정책은 변화할 것이며 대 한반도정책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이 확실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