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김동규 <주택공사 사장>..주택 100만가구 건설

대한주택공사가 오는 8일 오산 운암지구에서 7천여가구의 공공임대 및 분양아파트를 착공하면서 주택 100만가구 건설을 달성하게 된다. 지난 62년 출범해 우리나라 아파트문화를 첫 장을 연 642가구의 마포주공아파트(지금은 가든호텔 뒷편 삼성아파트로 재건축됐다)를 세운이래 34년만에 이룩한 위업이다. 주공은 그동안 100만가구의 아파트를 지어오면서 집없는 서민들에 내집 마련을 해주었고 국민의 주거문화를 "아파트 중심"으로 바꾸는데 핵심역할을 수행해왔다. 주공의 김동규사장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공본사에서 만나 100만가구달성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들어봤다.===================================================================== [ 만난사람 = 추창근 사회2부장 ] -주택건설 100만가구 달성을 통해 국민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해온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저소득 서민층이 내집마련꿈을 이루는데 있어 주공의 위상은 결정적이었습니다. 주택 100만가구 건설은 단일 업체로 일본 주택도시정비공단에 이어 세계 두번째 기록입니다. 그동안 지은 아파트를 길게 한줄로 세우면 경부고속도로를 2번반 왕복하는 물량입니다. 우리나라 총 주택수의 11%를 차지하고 1가구당 4인가족으로 어림잡아도 입주 인구는 부산의 총 인구와 맞먹는 셈이지요. 주택의 질적인 변화도 컸습니다.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위주로 주거문화를 바꿨고 주택건설 기술개발을 선도, 민간업체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임대주택을 처음 도입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꾀하는 등 공공기관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주택공급의 물량을 늘리는데 있어서 주공의 역할은 지대했다고 봅니다. 그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제는 국민생활수준 향상과 주택보급률 증대로 주택에 대한 선호가 질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주공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요. 핵심은 앞으로 중대형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12만가구의 미분양아파트가 남아있는데 거의 전용면적 18평이하 소형주택입니다. 주택기능을 살리려면 소.중.대형아파트를 잘 섞어야지 소형주택만 밀집시키면 주거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정부와도 협의를 했는데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들과도 논의해 중대형아파트 공급물량을 늘릴 생각입니다. 이와함께 노인 독신자 등 특수계층을 겨냥한 주택건설도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주택의 질을 높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설계평면개발 토털디자인 개념의 단지색채계획 주민참여형 옥외공간개발등에 주력하고 있어요.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아파트가 문제입니다. 이같은 미분양아파트 누적으로 주택업계가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고 주공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는데요. 주공도 미분양아파트가 1만9,000가구정도 남아있습니다. 주택 미분양현상은 경기 전반과 맞물려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입주후 5년동안 9.5%의 저리이자로 상환케하는 할부분양제도도 시행하고 전세로 전화하는 등 분양촉진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결국 미분양아파트가 쌓인 한 요인은 주택수요는 중대형으로 변했는데 소형의무비율준수 등의 규제로 소형아파트만 많이 지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주택가격이 안정되면서 좁은 집을 사느니 차라리 넓은 집에 전세들겠다는 사람이 많아진 탓입니다. 규제완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재개발아파트에 순환재개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서민의 주거편의를 고려한 진일보된 사업방식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순환재개발방식은 공사기간중 재개발구역내 이주민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구역 부근에 주택을 건설해놓고 공사기간중 이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지요. 주공은 내년부터 도시정비차원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10여개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생각인데 순화재개발방식을 적극 도입할 생각입니다. 순환재개발은 이주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주대책에 따른 제반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동안 주공아파트는 튼튼하고 값이 쌀뿐 아니라 다른 민영아파트보다 넓다는 명성을 얻어왔습니다. 그러나 신도시파동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건설업계 전반에 부실시공이 크게 문제가 됐었는데요. 100만가구를 짓는 동안 주공은 부실시공을 어떻게 차단해왔는지요. 주공이 지은 남산외인아파트를 지난해 폭파해체할 때 비슷한 건물을 폭파하는데 드는 폭약의 양보다 3배가량 더 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주공은 감리전문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시공현장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또 고품질시공을 위해 주공만이 시행하는 몇가지 안전대책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시공평가제도입니다. 건설업체의 시공능력과 성실도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우수한 업체는 혜택을 주고 부실한 업체는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또 레미콘이 구조물 안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 레미콘을 타설할 때 어느 회사가 공급한 레미콘인지를 일일이 기록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격려카드제(Blue Card)와 경고카드제(Yellow Card)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시공품질이 우수한 현장 책임자와 업체에는 격려카드를 발급해 보다 우수한 시공이 이뤄지도록 하고 부실공사를 유발한 현장의 책임자에겐 경고카드를 줘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93년에 인수한 한양의 경영상태는 지금 어떻습니까. 인수당시 공사가 중단됐던 1만8,000가구의 아파트는 차질없이 전량 준공해 입주가 완료됐습니다. 당시 연간 적자가 2,600억원에 달했는데 올해 경우 적자폭이 80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경영이 호전되고 있습니다. 수주량도 인수당시엔 3,376억원인데 비해 올해엔 1조2,912억원으로 증가됐고요. 변동요인이 많겠지만 2년후엔 한양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주택산업 등 산업경기 여건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또 민간의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주공의 역할이 축소되는 느낌입니다. 현재 주택보급율은 86%입니다. 곧 90%를 넘는 것으로 가정할 때 앞으로 주공의 역할은 도심재개발사업등 도시정비사업에 전체 조직의 50%를 할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본에서 우리 주공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일본 주택정비공단도 주택보급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주택공급보다는 도심지재개발 불량주택재개발 사업 등에 치중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계획하게 개발된 도시를 재정비해 도시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주공은 이미 을지로 2가 16,17지구에 대한 도심지 재개발사업을 수행한 적이 있는데 아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주택할부금융 제도를 도입하는 것인데, 자회사를 설립하려면 재정경제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얘기가 지금 잘되고 있어 자회사 설립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주택정보사업과 엔지니어링 물류유통분야에 새로 진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입니다. 또 아파트는 한번 지으면 최소 50년 이상은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사이에는 20년만되면 재건축사업을 하는데 문제가 많습니다. 녹지공간이 줄어드는데다 고층화되고 폐기물이 양산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주공은 전국 100만가구에 달하는 주공아파트가 제수명을 다할 수 있도록 주공아파트만이라도 유지-보수해주는 일을 특화해야할 겁니다. 최근에는 임대주택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또 지금 집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무주택 서민들은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영구임대주택 등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을 위해 일정수준이상의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임대주택사업은 장기간 돈이 묻히는 바람에 민간기업들도 임대사업을 기피하는 게 현실인데 이런 일은 공기업이 해야할 부분입니다. 이를위해선 정부의 지원확대가 절실합니다. -지금 주택경기가 침체돼 있는데요, 언제쯤이나 회복되겠습니까. 그리고 주택분양가 자율화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경기전반과 함께 생각해볼 문젠데, 거시적으로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택경기가 되살아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내년 하반기쯤에나 가봐야 알 것같아요. 분양가 자율화는 일부 지역에서 시행중이지요. 궁극적으로는 자율화로 가야겠지요. 주공아파트야 자율화가 돼도 높여 받을 수 없겠지만 자율화하면 고급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없는 사람은 집마련이 더 힘들어지겠지요. 주택보급율이 90%정도 되면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내년도 주택경기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공에 미분양 주택도 많은데요. 내년에는 몇가구정도를 공급할 계획이신지요. 내년에는 올해 물량만큼 공급하기 힘들 겁니다. 가용 택지도 부족하고, 자치단체들과 업무 추진도 갈수록 힘들어 지고. 사업추진여건이 악화되고 있어요. 또 미분양 현상이 해소되기도 힘들 것이고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1만5,00가구정도 줄어든 5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공공임대주택 1만5,000가구, 분양주택 2만5,000가구, 근로자주택 1만5,000가구로 돼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