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앞두고 정상외교 다시 점검..김대통령 왜 청남대 갔나

김영삼대통령은 8일낮 대통령전용 지방휴양시설인 청남대로 떠났다. 주말을 청남대에서 보내고 10일 오후쯤 귀경할 예정이다. 김대통령이 청남대를 찾은 것은 지난 7월말 하계휴가를 보내기 위해 내려간지 약 3개월 보름만으로 휴가나 연휴가 아닌 평일을 택해 청남대를 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광일 청와대비서실장은 이와관련, "김대통령은 선천적으로 쉬지 않고 일하는 스타일"이라며 "너무 타이트한 일정때문에 피로가 누적, 지난 봄부터 한달에 한번 정도는 2-3일간 청남대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건의했으나 그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실장은 "그렇다고 대통령이 청남대에서 그냥 쉬실 분은 절대 아니고 이번에도 일보따리를 한뭉치 갖고 가셨다"며 "청남대에서 각계각층의 여론을 직접 듣기도 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이 갖고 간 일보따리에는 우선 APEC정상회담 및 동남아순방관련 자료들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청와대관계자들은 얘기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3국순방과 25일의 APEC정상회담을 준비하는데 우선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APEC정상회의에서는 재선된 클린턴 미대통령을 비롯,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 강택민 중국국가주석 등과 개별정상회담이 각각 예정돼 있다.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 정상외교를 다시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국내문제중에서는 김대통령이 마지막 개혁작업으로 추진중인 노사개혁에 대한 정부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노개위에서 노사가 합의안 마련에 실패, 이제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할 차례라는 점에서 심사숙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개혁문제는 청와대내는 물론 정부내에서도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오는 12일 노개위의 청와대 보고일정이 잡혀 있어 정부의 입장을 12일까지는 정리해야될 형편이다. 김대통령은 청남대에서 노사개혁 관련자료들을 검토하고 여론을 청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은 또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무장공비침투사건이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끌고나가야 하는 문제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정현안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경제안정과 민생현안, 당정개편, 대권후계구상 등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