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자동차 에어백 '흉기'가 될수도 있다"

자동차 에어백의 안전성문제로 미 자동차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장착한 에어백이 사고시 오히려 치명적인''흉기''로 둔갑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체적으로 약한 어린이들이 이 안전장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93년부터 최근까지 에어백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47명에 이르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이중 28명이 생후 9개월에서 9세까지의 어린이였다는 사실이다. 또 최근 전미고속도로교통안전국도 자동차 사고발생시 에어백이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기 보다는 잃게할 확률이 두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교통안전문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어린이가 에어백사고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데는 기존제품이 어른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제품은 사고발생시 시속 3백20km의 매우빠른 속도로 부풀어 이때 발생하는 힘이 엄청나다. 강한 폭발력을 동반하면서 부푸는 에어백은 적어도 어린이에게는 타이슨 같은 헤비급 권투선수의 강펀치보다 더 위력적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자동차의 대표적인 안전장치로 여겨져온 에어백이 오히려 어린이 교통사고사망의 주범으로 떠오르자 GM 포드 크라이슬러등 "빅3"은 당혹감을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자동차메이커는 최근 운전자들에게 에어백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편지와 스티커를 발송키로 하는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 에어백 사고중 일부는 안전벨트 미착용등 안전수칙을 지키지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운전자들에게 에어백이 지닌 특성을 제대로 알려 피해를 최소한으로줄여보려는 자발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캠페인 활동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어백장착을 규정하고 있는 연방법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승객의 몸무게에 따라 부푸는 속도가다른 "스마트" 에어백등 신제품 개발을 끝냈으나 낡은 연방법이 이의 실용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항변한다. 12년전에 만들어진 이 법은 "에어백은 몸무게 1백68파운드(76kg)의 승객이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시속 30마일(48km)속도의 충돌사고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메이커들은 그러나 안전벨트 착용률이 당시 20%미만에서 70%로 높아진 오늘날 이 에어백규정은 하루빨리 개정돼야할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동차메이커들의 주장대로 이 법이 개정되고 신형에어백이 장착된다고 해서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신형에어백의 안전성이 1백%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지금 자동차메이커들은 이 골칫덩어리 에어백이 없었던 "호시절"을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