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에너지계획 방향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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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는 지적은 우리사회에서 늘상 듣는 얘기다. 그만큼 에너지 문제는 모두가 절실하게 생각하는 과제라는 말도 된다. 통상산업부가 향후 10년을 목표로 잡아 만든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은 이런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고가격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소비절약을 유도하고 탄소세도입 등 국제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규제완화를 통한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것 등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사실 우리사회의 에너지 낭비는 여러 각도에서 찾아볼수 있다. 국내 총생산(GDP)에 대비한 석유수입금액이 작년기준 2.93%로 미국(0.79%) 일본(0.85%)은 물론 대만(1.57%)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많이 쓴다는 반증이다. 뿐만 아니라 1,000달러어치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량, 즉 에너지 원단위도 0.41t으로 선진국의 2~3배 수준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수치가 10년전(86년 0.35t)에 비해 더욱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절약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보다 강력한 실천의지와 함께 여러 정책과 연계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선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는 고가격정책은 소비를 줄일수 있는 실효성있는 방안을 동반해야 한다. 과거의 예로 보아 어설픈 가격인상 처방으로 물가만 올리고 소비는 줄지 않는 결과를 또 다시 가져와서는 안된다. 실효성있는 가격대의 설정에 있어 생산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야 하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때문에 같은 양을 생산하더라도 에너지가 적게 드는 기술개발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또 에너지정책은 종래의 1차원적인 소비절약 시책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다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에너지 다소비구조로 돼있는 산업구조의 개편은 물론이고 산업재배치와 교통체계개선, 국토공간의 효율적활용 등 보다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종래의 한집 한등끄기 운동이나 승용차 함께타기 등의 지엽적 형식적 절약대책으로는 실효를 기대할 수 없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탄소세 도입은 국제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진일보한 발상으로 평가하고 싶다. 지난 92년 리우 환경회의와 기후협약 등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규제가 문제되면서 이러한 탄소세문제가 제기됐으나 이를 도입할 경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우려때문에 부정적 견해가 많았었다. 사실 탄소세가 도입될 경우 우리경제에는 큰 부담이 따를게 분명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환경규제강화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는 이를 일단 수용하고 그 부담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에너지소비의 효율제고는 우리 경제의 고비용구조의 개선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다소의 무리가 따르더라도 꼭 밀고나가야 할 막중한 과제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마련될 구체안에 기대를 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