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기업 튀는 제품] 영송무역, '낙타털 이용 이불' 개발

영송무역(대표 이영범)이 개발한 낙타털 이불은 한 사업가의 호기심과 3년여에 걸친 집념의 결실이다. 이제품은 보온성과 흡습성이 뛰어난 낙타털을 이불솜으로 가공해 넣은 것으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게 특징이다. 낙타털은 복원력이 뛰어나 양모이불처럼 오래 사용하면 스케일이 엉켜 뭉치는 단점이 없고 또 난연성을 띠어 담뱃불에도 불이 붙지 않고 눌어붙기만 해 안전하다고 한다. 때문에 예부터 몽골 중국 카자흐스탄등의 사막지역 유목민들은 낙타털로 이불 방한모등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고급 의류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공산화이후 그동안 낙타털 원모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낙타털 제품이 사라졌다가 개방화이후 최근에 독일 일본에서 침구제품으로 개발돼 나오고 있다. 교육자 출신인 이사장은 무역업을 시작하면서 우연히 카자흐스탄에서 유목민들의 숙소에 머물면서 낙타털 이불을 발견하게 됐다.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낙타털 이불은 조잡하지만 덮고 자면 낙타 특유의 흡습 기능으로 고원지대의 차가운 기운을 차단해 주어 따뜻한데다가 솜이 푹신푹신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낙타털로 현대식 이불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우선 낙타털 구하기가 어려웠다. 낙타털은 중국과 몽골 카자흐스탄이 주산지인데 낙타중에서도 쌍봉낙타의 것을 최고로 친다. 중국에는 이미 일본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할수없이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카자흐스탄에서 유목민 마을을 돌아다니며 간신히 원모를 확보할수 있었다. 낙타털은 1년에 한번 늦은 봄부터 초여름에 털을 채취할수 있어 그야말로 바쁘게 움직여야 했고 덕분에 몇달만에 러시아어를 익히게 됐다고 한다. 다음은 가공기술이 문제였다. 낙타의 강모를 제거하고 기름때를 세척하는 기술과 기계설비를 구할 수가 없었다. 여러번 빨아도 원모의 기름때가 잘 제거되지 않아 기름 냄새가 불쾌해서 이불을 덮을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 기계를 구입하려 했지만 섬유기계업체들이 일본기업들의 진출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판매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독일인이 카자흐스탄에 운영하는 공장을 찾아 이공장을 인수해서 저온에서 드럼 세척하는 방식을 개발, 탈지가공에 성공할수 있었다. 여기에 억센 털을 제거하는 공정까지 총 11가지를 실험을 통해 개발해내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솜과 원사를 만들었다. 이렇게해서 선보인 낙타털 이불은 40만원대의 고가품이지만 남대문 도깨비시장에서 수입품이 고가에 판매되고 있었던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보온 이불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스키 파카용 패팅솜으로도 개발해 일본 업체와 수출상담을 벌이고있다. 이사장은 낙타 이불에서 한걸음 발전해 털에서 뽑은 실로 고급 오버코트 복지를 생산하기 위해 국내에 생산설비를 마련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