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때아닌 "중유논쟁" .. 각사 이해관계 찬반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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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에 때 아닌 "중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가 내년 7월부터 산업용 연료인 중유를 기존의 벙커C유가 아닌 벙커A유로 사용토록 한 데 대해 "찬성파"와 "반대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유공 LG칼텍스정유 쌍용정유등이 환경부 방침에 반발해 벙커C유도 사용토록 해달라는 주장인데 반해 한화에너지와 현대정유등은 당초 안대로 벙커A유를 고집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이견 대립이 심해지자 통상산업부가 14일 정유5사 수급담당임원들을 소집해 중재에 나섰지만 뚜렸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가 중유문제로 대립하게 된 것은 환경부가 지난 4월 내년 7월부터 서울 인천 대구와 수도권지역, 여천 울산등 산업단지등에 공급되는 중유의 황함량을 0.5%이하로 제한하고 유종을 벙커A로 명시하면서 부터.환경부는 벙커C유가 올해 하루 2만배럴의 공급부족이 예상돼 벙커A를 공급토록 고시했었다. 이에 대해 유공 LG칼텍스정유 쌍용정유 등은 황함량을 0.5%이하로 맞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유종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LG정유 관계자도 벙커A가 벙커C에 비해 약 60%정도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벙커C를 사용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정유측도 벙커C는 정유사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유종이기 때문에 수요처를 제한하면 결국 수출할 수 밖에 없어 자원의 효율성은 극히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화에너지와 현대정유는 벙커C유를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소비자들이 값싼 벙커C유를 찾을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중유 수급은 계속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정유 관계자는 "황함량이 0.5%인 벙커C유를 생산하려면 벙커C유 탈황성비를 새로 짓거나 유황성분이 적은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단시일내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급이 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황함량이 낮은 원유를 도입하려고 해도 중국이나 브루나이산 특수유종만이 해당되기 때문에 물량 확보자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가 이렇게 양분된 의견을 보이자 곤혹스러운 건 통산부다. 실제로 이날 오후 열린 회의에서 통산부는 수도권에선 벙커A유를 쓰고 기타지역에는 벙커C유도 함께 쓰자는 중재안을 제안했으나 호응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