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우인호 <현대백화점 부산점 영업총괄팀 차장>

"문화유산답사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명칭외에 다른 이름을 붙일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우리모임을 한마디로 딱 잘라 부를 수 있는 이름이다. 게다가 백화점의 휴일이 일반 직장인들과는 달리 월요일인 탓에 월요일에 휴관하는 박물관 관람의 불편함만 빼면 이 모임을 이끌어 가는데 더없이 좋은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주말이면 교외로 명승지를 찾아 너무나도 몰리다보니 그 분잡스러움속에서 조용하게 뭔가를 감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평일에 당신이 가고 팠던 어느곳이라도 한번 가보라. 그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기쁨을 배가시킬 것이다. 우리 현대백화점이 자랑하는 직원동호회, 문화유산답사회가 구성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우리의 정서와 문화에 근원이 되는 민족정신의 맥을 알자는 것이고, 두번째는 우수하고 찬란하다고 배워온 우리 문화가 과연 어떤 면에서 그러한 찬사를 받는지 그 이유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보자는 것이며, 세번째는 기왕이면 소중한 휴일을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뭔가 뜻있는 일로 보내자는 것에 있다. 이외에도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을 동반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빛나는 우리 선조들의 슬기를 보여주고 알려줄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보람이다. 백제문화권을 비롯 신라의 옛자취를 찾아 매달 우리땅 곳곳을 밟고 다니다보니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간 정식 답사를 비롯해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간 답사도 수차례 되고 보니 새로운 세계를 만나 새로운 것을 알고 느끼게 되는 것에 모두 흠뻑 취해 있는 상태다. 우리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부터는 폐허가 된 절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왓장 한조각, 깨진 토기 한부분, 무너진 탑, 조각난 광배, 떨어져나간 탑신의 상처조차 애착이 간다. 생각이 그것들이 당한 수난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새삼스레 가슴이 아파 목이 메어오기도 한다. 우리 문화유산 답사회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의 직원 동호회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백화점 문화교실 "역사기행" 회원들과도 합류해 공동답사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