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잔치 .. 신한국 지구당개편대회 19일 막내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신한국당 지구당개편대회가 18일 서울 영등포을,양천을, 19일 충북 청주 흥덕구, 제천.단양지구당 대회를 끝으로 일단락된다. 이번 지구당 개편대회는 시작전부터 여권내 대권후보들의 행보와 관련,상당한 관심을 끌었으나 막상 대회장에서 이들은 "발언수위 낮추기"로 일관해 지난대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패거리정치론" "비영남후보론"등 상호 공세적인 발언으로 대선유세전을 방불케 했던 8월대회와는 달리 대권후보들은 약속이나한 듯 당내단합이나 경제난 극복, 지역할거주의타파등 "민감하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더욱이 안경사협회 뇌물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는 한목소리로 "부정부패척결"을 내세워 다소 김빠진 전당대회가 됐다. "젊은 후보론"을 내세웠던 이홍구대표는 "현재 국민은 안보 안정 안전을 원하고 있다"면서 당은 이같은 국민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평소 자신의 지론인 소위 "삼안론"을 반복하는 정도에 그쳤다. 지난번 "패거리정치론"을 들고 나왔던 이회창고문도 "최근 경제난을 이겨나가기 위해 지역과 국민전체가 힘을 모아 다시 뛰자"는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다. 박찬종고문 역시 당내단합과 지역할거주의타파를 주장, 별다른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최형우고문과 이한동고문은 지역주의타파에 초점을 맞춰정견발표는 가급적 삼갔다. 이처럼 대권후보들이 극도로 발언수위를 낮춘 것은 지구당대회를 앞두고 당에서 여러차례 상임고문들에게 "자제"를 요청한데다 안경사협회의 뇌물공여사건과 관련, 최근 당이 대외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풀이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일부 상임고문들은 "뼈가 있는" 말을 간간이내비쳐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현 정부가 개혁을 지속하는데도 뇌물사건이 계속 터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잘된 개혁은 짧은기간 동안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만 잘못된 개혁은 두고두고국민에게 고통을 준다"(이회창고문) "지도자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게 아니다. 정치의 춘하추동을 모두 겪고 많은 사람의 애정을 밑거름으로 서서히 자라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지도자가 돼야 한다"(이한동고문) "요즘 이른바 대선주자들이 갑자기 너도나도 대구 경북지방을 드나들고 있지만 대구 경북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나라고해서(대권도전을) 못할 이유가 없다"(이만섭고문) 등 일부 고문들은 현 정부의 개혁을 비판하기도 했고 "젊은후보자론"을 겨냥한 말도 나왔다. 어쨌든 이홍구대표가 "여권내 대권후보자 결정을 위한 전당대회를 내년 7,8월께 열겠다"고 거듭 밝힌만큼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제3차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상임고문들이, 그리고 "젊은 후보론"의 이대표가 어떤변화된 모습을 보일지가 또다른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