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포커스] 전환기 유럽노조 : 영국/EU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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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 규제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영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EU는 통합 작업의 일환으로 회원국간 기본적 근로조건이 표준화돼야 한다는입장이다. EU는 이를 위해 지난 93년 사회헌장을 채택한후 최장근로시간(48시간)및 휴식규정, 비정규 근로자의 권익보호, 범유럽노사협의회 설립, 남성근로자의 출산휴가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영국은 사회헌장이 기업활동에 새로운 조세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선택적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존 메이저 총리도 "프랑스의 실업난이 보다 악화되는 것은 사회헌장을 수용한 결과"라고 EU의 사회정책을 빗대어 비난했다. 그렇다면 사회헌장은 유럽경제에 짐이 되고 있는 것인가. 제네바에서 경영컨설턴트로 활동중인 케이스 마르스덴스씨는 OECD및 세계은행의 통계를 인용,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는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영국측 주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영국의 80년이후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를 서서히 폐지하고 기업들이안고 있는 사회보장부담 등을 낮춘 결과 유럽 주요 국가중 1인당 임금인상및1인당 소비증가율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꾸준히 감소하는 몇안되는 유럽국가중 하나가 된 것도 고용조건의 개선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국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3시간으로 유럽국 가운데 가장 길며 GDP(국내총생산)대비 사회보장부담도 6%로 여타 국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사회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그만큼 완화된 결과이다. 반면 사회정책에 대한 규제가 심한 독일과 스위스는 모든 분야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및 임금의 절대적 수준은 독일과 스위스가 영국을 훨씬 앞서지만 그 격차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게 마르스덴스씨의 주장이다. 다소 자유방임적 영국의 사회정책이 훨씬 효율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유럽 사법재판소는 12일 영국도 EU의 근로시간 제한규정을 수용하라고 판결했다. 영국은 이에 반대, 그 결과를 뒤집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경제효율성을 앞세운 영국이 EU의 압력을 어떻게 피해가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