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포럼] '임금구조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전문가 토론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핵심쟁점 합의에 실패함으로써 노동법개정이 정부 몫으로 넘어갔다. 노사관계전문가들은 정부가 법개정을 주도하게 된 만큼 그동안 노개위가 다루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임금구조 문제이다. 능력에 대한 차별없이 철저한 연공급 중심으로 된 국내 기업의 임금구조는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반드시 손질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금구조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전문가토론으로 점검해 본다. =======================================================================*** 참석자 : 노진귀 김병기 박동운 김수곤 *** 사회 =최근들어 임금체계가 다시 문제되는건 경제가 위기라는 진단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실상에 대해선 노사가 서로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노실장 =경제가 어렵다는건 모두 잘 아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제기방식이지요. 상반기만 해도 정부는 경제가 위기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하반기 들어 갑자기 내일 모레면 나라가 망할것 같이 얘기하고 있어요. 지나치게 극단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회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생각난다는 말씀 같은데 기업에선 어떻게 보시나요. 김이사 =실제로 위기상황입니다. 지금처럼 경제가 개방된 구조하에서는 예전과 달리 원가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지 못합니다.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박교수 =학계에서는 주로 경기적인 불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90~95년 우리나라의 GDP는 7.9% 성장했어요. 실업률도 현시점에선 2% 수준으로 매우 낮아요. 최근까지 호황을 누려왔다는 얘깁니다. 올해 들어와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경기가 침체된 것이지요. 구조적인 위기는 아니라고 봐요. 김이사 =그러나 경기순환적인 불황으로만 보고 싶어도 침체국면이 지나가면 곧 좋아질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경제주체의 체질개선이 안되면 다시 일어날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사회 =구조적인 취약점을 인정한다면 극복방법이 나와야 할 텐데요. 주제발표도 생산성 대비 임금이 너무 높아졌다는 내용이 결론입니다만. 노실장 =과연 우리가 고임금인가의 문제와 고임금이 경쟁력 약화의 주범인가는 자세히 따져봐야 합니다. 국내에선 고임금을 얘기할 때는 물적생산성 부가가치생산성 국민경제생산성등 각종 생산성지표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자체를 너무 유리하게 쓰고 있다는게 노동계의 지적입니다. 실제로 90년대 들어서 임금은 생산성을 앞지르지 않았습니다. 올들어 가시화된 경쟁력약화는 사실 고임금 때문이라기 보다는 반도체수출 부진이 원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회 =주제발표에선 고용과 임금을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이게 현실정에서 가능한 일인가요. 양부원장 =정부가 나서서 임금과 고용을 연계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고용이 신축적으로 된다면 임금동결은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고용이 너무 비탄력적이다보니 먼저 임금을 줄이자는 대책이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경영계의 임금동결책은 그래서 고육책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김이사 =동결이란 말 자체는 힘의 논리입니다. 그러니 그 배경을 봐야 합니다. 경영계가 얘기하는 임금동결은 솔선수범하자는 수준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을 나누자는 것이지요. 박교수 =현시점에선 임금동결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 시절 임금과 물가동결정책을 실시했었지만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나중에 풀릴 때 그동안의 욕구가 분출해버렸기 때문이지요. 국내에서도 5공 당시에 7년동안 5.4% 인상 수준에서 임금을 묶어 놓았다가 6.29 이후 임금규제가 풀리면서 엄청난 부작용을 낳은 것 아닙니까. 생산성제고방안이 없는 임금동결은 무의미합니다. 사회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가 나왔는데 현재와 같은 임금체계는 생산성을 높이는 동기유발기능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인만큼 노동의 양에 비례해 줘야 하는데 우리는 모두 똑같이 주고 있지요. 경영의 도구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올만 합니다. 오죽하면 임금체계가 걸레처럼 지저분해졌다는 얘기까지 나옵니까. 양부원장 =그렇다고 단순화만 시키라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인위적으로 단순화하다 보면 기본급비중만 높아질수 있기 때문이지요. 평등주의를 탈피하겠다는 노사의 의식전환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노실장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는 노사가 어떻게 함께 방안을 마련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현재 임금구조에서 90%가 연공급이고 그래서 동기부여가 안된다는 지적이 많은데 생산직의 직무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산직이란 어느 한 사람만 잘해서 생산성이 오르는게 아닙니다. 부서원간의 인화단결도 필요합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능력급은 나이먹은 사람들을 도태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보장장치 없이는 실시되기 어렵습니다. 사회 =국제경쟁을 얘기할 때마다 기업은 정부가 먼저 해줄 것을 요구하고 근로자는 기업주가 나서줄 것을 기대합니다. 작업현장에서의 경쟁은 생소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또 돈을 갖고 동기유발을 하는 것을 나쁜 것으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자본주의의 기본정신입니다. 생산을 잘해서 돈을 더 많이 받는게 얼마나 합리적입니까. 신바람만 나면 경영이 잘될 것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경영은 가슴으로 하는게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양부원장 =연공급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저임금 고성장 구조일 때는 적합한 임금구조였습니다. 그러나 고임금 저성장 시대가 돼 승진적체가 생기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나오니 이것을 막자는 것이지요. 적게 많게가 아니라 공정하게 주자는 것입니다. 노동조합도 이런 시대조류를 읽고 활동목표를 임금극대화에 두지 말고 교육투자 극대화, 인력개발 극대화로 방향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김이사 =노동계의 지적대로 능력급제가 노동강도를 높일 가능성은 분명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낼 체계는필요합니다. 개별기업이 이를 만들어내기가 쉽지는 않지만요. 사회 =경영계가 능력급제를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생산직월급제를 요구하고 있지요. 마찰도 많은 편인데. 양부원장 =생산직월급제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94년 도입한 것입니다. 진정한 월급제라고 보긴 어렵습니다만. 한달에 240시간 일하는 것으로 하고 고정오버타임근무를 60시간으로 계산하고 있지요. 이걸 합해서 월급제 테이블을 마련했습니다. 삼성은 이런 체제하에서 초과근로를 가능하면 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성공적이지만 노동집약적 산업에선 어렵습니다. 또 일부 기업에선 노조가 고정오티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직월급제를 주장해경영진과 마찰을 빚고 있기도 합니다. 노실장 =생산직월급제는 실제로는 많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본 정신은 사무직과 생산직에 쓸데없는 차이를 없애자는 겁니다. 87년 이후 사무직과 생산직 사이에 차별적인 조치가 많이 개선됐습니다만 여전히 남아 있는게 월급제와 시급제입니다. 그걸 없애겠다는 의지로 봐야 합니다. 생산직 근로자도 안정적인 급여를 받아야 생산성이 오르는 것 아닙니까. 사회 =원래 월급제의 기본은 오버타임수당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감독자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줄 경우 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고 내버려두어도 자기가 결국 이득을 보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그동안 관리직 사원들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는 겁니다. 김이사 =생산직월급제를 하는 일부 장치산업도 그 속을 보면 사실은 시급제입니다. 결론적으로 월급제는 생산성과는 연계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사회 =사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 활동에서 임금부문이 다루어지지 않은건매우 유감입니다. 박교수 =그런 점에서 노동시장유연화 전략은 반드시 노동법개정에 포함돼야 합니다. 고임금으로 인한 경쟁력약화를 극복할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지요. 김이사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임금에 관한한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 구분할수 있는 체제는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합니다. 어차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게된 마당에 우리만 다른 제도를 고집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파견근로제가 내년부터 개방되는것 아닙니까. 근로자도 이젠 능력을 어떻게 키우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음을 알아야합니다. 노실장 =노개위 활동과 관련해 공감대 위의 우리식 제도가 필요하다고 노동계는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론 사용자나 공익위원들이 너무 동기유발과 고용유연화등의 도입에만 욕심을 낸게 사실 아닙니까. 과연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습니까. 채용과정을 보세요. 노조가 개입할 데가 없어요. 이미 인원조정도 가능하게 돼 있어요. 승진과정도 노조가 전혀 개입 안하고 있지요. 충분히 유연화돼 있는 겁니다. 경영합리화를 위한 정리해고도 실제로는 하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굳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니 생각이 딴데 있다는 불신이 생기는 겁니다. 사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임금체계가 동기유발의 도구성을 발휘할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선진국들이 노동시장의 규제를 풀어 외국기업을 앞다퉈 유치하고 있는 경향은 임금과 고용의 연계가 적은 국내 경제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