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민족 대이동

게르만민족에는 여러 갈래의 부족들이 있다. 북게르만 계열의 덴마크족 노르만족 노르웨이족 스웨덴족, 서게르만 계열의 앵글로족 아라만족 색슨족 프랑크족 동게르만계열의 동고트족 서고트족 반달족 브르군트족 랑고바르트족 등이다. 이들 게르만은 기원전 1000년 이래 원주지인 스칸디나비아 반도 남부와 발트해 연안지방으로부터 아주 오랜 기간의 이동과 정주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남쪽으로 내려와 라인강 이동과 도나부강 이북의 게르마니아에서 북해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널리 퍼져 살고 있었다. 이들 게르만의 본격적인 대규모 남진이동은 4세기말에 시작되어 6세기말까지 200여년동안 진행된다. 제1차 민족대이동이다.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의 유목기마민족인 훈족의 서진에 밀려 로마제국 영토 안으로 남하 이주한 뒤 476년의 서로마제국 멸망을 전후로 하여 곳곳에 여러 부족 왕국을 세웠다. 프랑크왕국 (북프랑스) 부르조트왕국 (프랑스중부) 반달왕국 (북아프리카) 서고트왕국 (남프랑스) 동고트왕국 (이탈리아) 앵글로색슨왕국 (영국) 랑고바르드왕국 (북이탈리아) 등이다. 게르만의 이동은 그에서 그치지 않았다. 8~11세기에는 북게르만계의 여러 부족들이 유럽 각지에 침입하여 아일랜드에 식민을 했는가 하면 동진을 하여 러시아와 키에프에 각기 왕국을 세우기도 했다. 이것이 제2차 민족대이동이다. 게르만의 민족대이동은 넓게 보아 기원전 1000년에서 11세기에 이르는 무려 2000여년동안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훈족의 서진 압박, 인구 증가에 따른 토지 부족, 로마제국의 쇠락 등이 게르만으로 하여금 대이동을 하지 않을수 없게 만들었다. 그 결과 유럽의 국가체제는 고대형으로부터 중세봉건형으로 탈바꿈하는 대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근간의 유럽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민족대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93년 마스트리히트조약 발효이후 유럽연합 (EU)역내 통합이 진행되면서 북서부의 척박하고 음산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물가가 싸고 쾌적한 지중해연안국으로 이주해 가는 숫자가 날이갈수록 증가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내 영국인이 71년의 1만5,000여명에서 10만명 가까이로, 또 그리스내 영국인도 같은 기간에 3,000명에서 2만1,000여명으로 6~7배나 늘었고 다른 북유럽인들도 남하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게르만의 대이동때와는 달리 눈부신 햇살과 쾌적한 날씨, 아름다운 풍광과 생활비가 적게 드는 저물가가 그 주된 이유라는 파천황의 시대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