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노사개혁과 경제활성화..송위섭 <아주대교수/경제학>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률이 대체로 6.5~6.8%, 물가상승률이 4.5~5%,경상수지 적자규모가 180억~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의 상대적인 고성장(9.3%)에서 경제성장률은 둔화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5%내외 수준에서 지속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전년의 87억달러에서 거의 2배를 넘는 수준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낮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의 지속적 상승, 경상수지 적자규모의 확대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재정 금융 무역 및 산업정책의 채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비용-저효율 요인을 철저히 해부하여 근원적인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 집행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발전 계획목표의 달성이 어려워 질 것이다. 우리경제의 고질적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높은 금리-지대-임금 및 물류비용과 비효율적인 경영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2중경제의 현상과 제도적 개혁미흡이 지적되고 있다. 2중 경제의 문제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확대, 중앙과 지방간의 발전격차 상존, 부유층과 저소득층간의 소득격차 지속, 농림수산업과 제조업및 서비스산업간의 불균형성장 지속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제도적 개혁미흡은 참다운 민주주의제도에 대한 적응훈련 부족에 기인한 성숙된 시민의식 부족, 산업평화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요원한 노사관계,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해부족 등으로 비쳐지고 있다. 최근의 경제상황은 이같은 단기적이고도 중장기적인 우리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신속하고도 철저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결코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착"이라는 목표를 갖고 지난4월에 발족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노-사-공익 위원들간의 열띤 토론과 공청회 등의 여론수렴과정을 통해 노동법개정의 시대적 필요성과 그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놓은 대정부 건의사항을 내놓았다. 비록 노개위가 노동법개정에 대한 노사간의 대타협에는 실패했지만 기존의 기본방향 및 부수적 쟁점 등에 대한 협의를 이끌어 낸데 대해서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부터는 기존의 노사간의 합의사항과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서 빠른 시일안에 바람직한 노동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참여와 협력의 노사문화 정착을 계기로 선진경제로의 제2의 도약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노사협의회법 근로기준법의 개정안중 핵심사항의 개정방향을 노개위의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제시해 보기로 한다. 우선 복수노조의 금지조항은 원칙적으로 삭제하는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경영계의 우려가 심각한 점을 감안, 일정기간 동안은 상급단체만 허용하고 일정기간이 지난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게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제3자 개입 금지의 경우 상급단체에 한하여 개입을 허용함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노조전임자의 급여지급문제는 노사간의 합의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되 자주적 노조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점차 폐지하는게 타당할 것이다. 파업기간중의 임금지급도 당분간은 노사간의 합의를 받아들이되 무노동무임금 원칙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해본다. 공익산업의 범위에 대해서는 공익위원안처럼 은행 및 방송사업을 제외할 것을 받아들이고,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권 역시 장기 제도개혁과제로 이관하는 것을 권고한다. 변형근로시간제에 대해서는 주당 48시간을 한도로 하는 2주단위의 변형근로 시간제를 도입하되, 1주간의 근로시간이 44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기존의 임금수준 저하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리해고제의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해고회피노력, 대상자의 공정한 선정,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경기회복시 정리해고자의 우선 재고용원칙 등을 요건으로 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같은 핵심적 쟁점사항이 정부 주도로 입법화될 경우 어느정도 노사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대체로 큰 무리없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법개정을 통한 신노사관계의 정착은 우리경제의 당면과제인 고비용-저효율 현상을 타개해 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며 정보화 세계화 지역화를 통해 다가오는 21세기에 대비하고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아울러 근로자의 생산성을 꾸준히 높이고 이를 통한 착실한 임금상승을 도출해 내기 위한 근로자의 현장교육훈련 강화로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획기적 인적자원의 확충 및 제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새로운 산업구조 조정에 따른 유휴노동력의 재훈련과 전환훈련계획도 조속히 마련, 실업문제에도 물샐틈없이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