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경제공동체 '밑그림' 완성..무엇을 남겼나

[ 마닐라=이건호기자 ] 25일 필리핀 수빅에서 열린 제4차 아태경제협력채(APEC) 정상회의에서 18개 회원국 정상및 대표들은 "APEC 경제지동자선언"을 통해 아태지역의 경제공동체 달성과 역내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및 균형발전에 대한 공동의지를 천명했다. 정상들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역내 무역 투자자유화를 위한 각국의 실행계획(IAP)을 종합한 "마닐라 실행계획(MAPA)"을 승인했다. 회원국들은 MAPA에 규정된 관세 비관세 서비스 투자 통관절차 지적재산권 규제완화등 14개 과제별로 97년부터 자발적인 자유화 계획을 실천에 옮기게된다. MAPA는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이자 최재의 성과물로 꼽힌다. "비전에서 행동으로"라는 수빅정상회의의 기치처럼 APEC이 그동안의 "논의"중심의 협의체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 합의로 한걸음 나아간 것이다. MAPA가 승인됨으로써 회원국들은 오는 2000년초까지 평균관세율을 최소 15%선까지 인하하고 비관세장벽 철폐와 규제완화등을 단계적으로 추진,앞으로 역내 무역과 투자자 크게 활성화될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다양한 경제기술혁협력 방안등이 모색됐다는 점도 이번 정상회의 성과중 하나다.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인력자원 개발 과학기술 공유 정보화 공동추진 사회간접자본 확충등에 공동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정상들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본시장 육성 경제 인프라 강화 첨단 미래기술활용 환경보호및 지속적 성장 추진등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이와함께 그동안 정부관료 중심의 정치적인 APEC체제가 민간기업인이 함께참여하는 민관협력체제로 틀을 변모시킨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기업인들이 APEC 논의과정에 깊숙히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진정한의미의 "경제협력체"가 된 것이다. 한국 호주 필리핀등 세나라가 97년부터 시범실시키로 한 "APEC 경제인 여행카드제"는 이같은 노력의 구체적인 성과다. 앞으로 각국 정상및 각료들은 APEC의 활동방안과 정책결정과정에서 APEC기업인 자문위원회(APEC)의 정기적인 보고및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함께 이번 회의에서는 각국의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협의됐다. 정상들은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필리핀에 설립돼 있는 APEC중소기업 기술및 훈련교환센터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APEC 네트웨크"를 97년 9월까지 설립할 것을 각국에 권고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력개발, 기술및 정보접근 시정접근, 자본및 금융접근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밖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그동안 회원국간 논란이 돼왔던 정보기술협정(ITA)체결에 대해 APEC차원에서 적극 참여한다는 원칙아래 각국의 상황에 맞춰 시행시기나 구체적인 품목선정에서 신축성을 두자는 쪽으로 정치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수빅 정상회의의 최종 작품인 MAPA의 채택으로 APEC 역내 회원국들은 무역과 투자자유화 실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APEC회원국간 합의사항이의무규정이 아닌 "약속"에 불과, 실행과정에서 각국별 실행계획이 다소연기되거나 지연될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다. 결국 MAPA의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 다시 한번 실무접촉등을 통해 긴밀히 협의해 나감으로써 수빅 정상회의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게 하는 것이 APEC회원국들이 해야할 또 하나의 과제로 등장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