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원이용과 경쟁력 .. 이덕훈 <KD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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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 잘살아 보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국민생활이 지난 어느때 보다도 윤택해 졌다. 그러나 최근에 경기가 하강하고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다. 우리경제를 살펴보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이다. 경상수지 적자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투자를 국민저축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는 저축부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축은 소득에서 소비하고 남은 부분이다. 저축이 부진하다는 것은 알뜰하게 소비하지 못하였거나 근검절약 정신이 해이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정된 자원에 대한 낭비와 남용이 우리경제에 지금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물은 소중하게 아끼지 않고 낭비하면 주인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과 같이 먹지 않고 쓰지 않고 절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지 불필요한 낭비를 자제하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낭비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피해는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커지고 있다. 한 예로 우리생활 가까운데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음식의 낭비를 살펴보자. 버려지는 음식은 재료 그 자체를 낭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요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 또한 허비된다. 그리고 쓰레기 처리와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과다한 영양섭취로 인한 성인병 치료에 드는 의료비용까지 감안하면 아주 사소한 듯한 낭비가 나라 전체로 볼 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있다. 무질서 또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를 유발한다. 우리의 교통문화를 한 예로 점검해 보자. 선진국에 비하여 도로의 폭이 크게 좁은 것도 아니고 자동차 보급률이 높은 수준도 아니다. 그러나 교통지옥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교통체증은 상당부분 질서와 규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다. 다리 위의 염소 두마리에 대한 이솝 우화는 잘 알면서도 서로 양보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힘을 허실하고 있는가. 차선을 마구 변경하여 교통흐름을 순조롭지 못하게 하고, 교차로에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어 큰 도로가 주차장이 되기 일쑤다. 결과적으로 물류비용이 높아지고 공기오염으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거나 환경오염정화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개인이나 일반기업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자기재산을 아끼고 소중하게 다룬다. 그리고 경쟁을 촉진하여 혁신을 유발함으로써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뒷받침되는 중소기업 농촌진흥 사회복지 등 각종 정부지원은 남용되기 쉽다. 민심은 천심이라 하지 않았는가. 국민의 세금은 하늘의 것이라 생각하여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정부지원은 요청 집행 혜택을 받는 모든 계층이 하늘이 내리는 혜택이라 생각하여 나눔에 있어 신중하고, 이용에 있어서도 소중하게 다루는 자세가 필요하며 또한 철저한 관리를 통하여 낭비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경제가 지금까지 보여 왔던 괄목할 만한 발전은 우리국민에게 대단한 교육열이 있어 가능할 수 있었다. 교육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은 어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시키고 또한 교육을 받겠다는 국민들의 교육열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국민의 교육열의를 낭비하고 있다. 현재의 교육제도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우리자녀를 패배자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자기계발보다는 맹목적인 경쟁만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불하면서 과외가 성행한다. 교육제도에 환멸을 느낀 일부 계층은 자녀를 외국으로 내보내고 있어 교육의 공동화 현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제 교육의 정상화는 우리경제의 장래를 걸고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현안과제가 돼 있다.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경제는 건실하게 발전하여 왔다. 가계 기업 정부 모두가 합리적으로 소비하여 낭비를 줄이고 자원을 남용만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강화될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국민저축률이 낮은 것은 아니고 오히려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범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금의 서로간의 노력으로 국민총소득의 2%정도의 낭비만 더 절감할 수 있으면 물가불안 경상수지적자 등 대부분의 어려움은 해소 될 것이다. 우리경제도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와 있어 익숙해 있는 소비행태 경제관행을 고치는 것이 쉽지 않다. 이해갈등이 첨예하여 제도개선 또한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주어진 자원을 갖고 보다 넓게, 보다 넉넉하게 더불어 이용하는 슬기로움을 익혀야 한다. 이제 합리성이 존중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의 평화를 지켜주는 선진복지국가로의 탈바꿈을 시도할 때가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