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컬렉션 가이드] '현대미술품시장'..점차 회복 조짐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할수 있는 비교적 정확한 척도는 매년 5월과 11월 뉴욕에서 열리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인상파와 현대미술경매, 그리고매년 6월과 12월에 런던에서 개최되는 경매이다. 지난 1988년과 89년 미술시장은 엄청난 호황기를 보냈지만 그 이후 장기적인침체국면이 계속됐다.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지인 뉴욕과 파리의 수많은 중소 화랑은 물론 유구한역사를 자랑하던 화랑까지 문을 닫는 등 불황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뉴욕에서 있었던 크리스티의 현대미술 경매는 놀랄만한 결과를보여줬다. 96년 하반기 미술시장의 정리와 내년 미술시장의 향배를 가늠케 하는 이번 경매에서 세계의 미술시장은 불황으로 부터의 완전한 회복조짐을 나타냈다. 지난 11월12일 열린 소더비의 인상파 경매도 예외는 아니어서 쉘브른미술관의 운영자금및 개보수를 위해 경매에 부쳐진 작품중 예상가 800만~1,000만달러인 드가의 조각작품, "14세의 발레리나"가 1,100만~2,500만달러(약90억원)에 거래되었으며 13일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예상가 900만~1,200만달러의 모네의 회화작품 "베테일에 있는 작가의 정원"과 "수련"이 1,320만달러(약110억원)에 낙찰된 것을 비롯 소더비에서는 약65%, 크리스티에서는 약80%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간 인상파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현대미술경매에서 일어났다. 크리스티 현대미술경매 1부에 출품된 네덜란드 태생의 미국작가 드 쿠닝의 1949년작 "여인"이 현대미술경매 사상 3번째로 높은 가격일 뿐만아니라 금년최고의 낙찰가인 1,562만~2,500만달러(약130억원)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작고한 보리스 레비트씨의 소장품으로 예상가는 800만~1,000만달러였으며 워싱턴에 소재한 내셔날 갤러리에 20여년간 장기임대된 작품이다. 크리스티의 현대미술 총 낙찰가격은 3,391만9,880만달러로 90년이래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또 드 쿠닝뿐만아니라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들, 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을 위시한 팝아트 작품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추상표현주의 계열작품은 귀할 뿐만아니라 대부분 미술관이나 생존 콜렉터들이 소장한 탓에 좋은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예정가 90만~120만달러의 필립 거스통 작품이 170만달러에 거래되었다. 리히텐슈타인은 1980년작 "숲 풍경"이 200만달러에, 전쟁을 소재로한 만화를기초로 한 1962년작품 "텍스(Tex)"가 최고 예상가를 훨씬 넘는 400만달러에 거래되었다. 앤디워홀은 사후 워홀미술관과 변호사간의 분쟁으로 안정된 가격을 형성하지못했으나 60년작 "캠벨수프"와 "두개의 마를린"이 예상가를 상회하는 가격에낙찰되었다.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1988년 소더비에서 59만4,000달러에 거래된 호프만은작가 최고 경매가인 75만500달러에, 앨버스의 "이부작" 또한 최고가인 66만2,500달러에 낙찰되었다. 또한 낙찰자의 64%가 미국인, 28%가 유럽인, 8%의 아시아인, 그외에 기타지역이 7%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경매를 계기로 지난 5~6개월 사이에 콜렉터들이 보여준 미술시장에 대한 점진적인 신뢰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80년대말의 호황기에 버금가는 회복의 도래를 점치기도 하는 등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