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일본 방위청의 승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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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개헌 가능성을 묻는 기자질문에 "개헌이라하면 곧 제9조 (전쟁포기조항)를 생각하는데 사학진흥을 가로막고있는 89조 등 좀더 개방적이고 자연스런 개헌논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동격서"를 잘하는 일본 정치인다운 발언이다. 개헌논의의 초점이 제9조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헌법 제9조는 명백하게 무력이나 전력, 교전권 등을 전면적으로 포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헌법조항을 지지하는 호헌론자는 "평화헌법"이라 부르고 개헌논자는 "번역헌법"이라고 비꼰다. 번역헌법이란 현행 헌법이 1946년 당시 점령국 최고사령관인 맥아더장군의 지시에 따라 영문으로 만들어진 초안을 일본어로 번역해 47년 5월부터 시행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맥아더장군은 7월 "일본 경찰력 증강에 관한 서한"을 일본 정부에 보냈고 일본 정부는 "경찰예비대"라는 이름의 육군을 창설했다. 이 경찰예비대가 "보안대"로 명칭을 바꾸면서 증강됐고 또 54년에 자위대로 개현됐다. 물론 일본국내에서 위헌론이 제기됐었지만 당시 총리 요시다는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고 강변를 늘어놓았다. 현실을 보면 논리적으로 평화헌법이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개헌을 못하는것은 국내적으론 사민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국제적으론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한.중.동남아 제국들이 일본의 본격적인 군비증강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생겨난 편법이 "해석개헌"이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헌법의 해석으로 실질적 개헌과 같은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지금껏 일본은 해석개헌으로 군비를 증강해온 셈이다. 사실 일본은 냉전종식이래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제3위의 군사비를 지출하는 군사대국이다. 자민당은 지난 27일 국방관계 합동부회에서 현재 총리부의 외국으로 돼있는 방위청을 국방성으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하시모토 총리에게 건의키로 한다. 하시모토 총리가 이를 곧 받아 들일 것으론 생각되지 않지만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더구나 제1야당인 신진당이 선거공약으로 방위청 승격안을 내걸었던 사실은 이같은 우려를 더 깊게해준다. 우리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