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풍수] '명당' .. 담장/수목이용 채광/통풍 원활히

인간은 보다 살기 좋은 땅을 찾으려고 쉼없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산지가 많고 4계절이 완연한 지역에서 그런 땅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는 북반구의 중간정도에 위치해 겨울에는 살을 에일정도의 추위가 있고 여름에는 무더운 삼복더위가 있다. 이같은 풍토에서 택지를 선정할때 차가운 계절풍을 막아주는 산과 충분한 햇볕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남향인가를 우선적으로 따져봤던 것이다. 이같은 원칙은 택지선택뿐 아니라 도시의 위치를 선정하는데까지 널리 적용되었으며, 오랜 경험이 정리되어 풍수지리가 생겨났다. 명당은 뒤(북쪽)에는 높은 산이 있어 북풍을 막아주고 앞(남쪽)쪽엔 시야가 트인 넓은 들판이 쳐있어야 한다. 또 좌,우측엔 담장같이 포근히 감싸주는 지형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풍수에선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를 명당론의 기본으로 했다. 하지만 이와같은 산세나 지형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도 있지만 마음에 딱드는 곳을 찾는다는 것은 백사장에서 모래알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풍수에서는 어느 정도 자연적 형상이 갖춰진 곳에 담장을 쌓거나 수목 등을 심어 채광이나 통풍을 원활하게 했다. 풍수적 흠을 인위적으로 보완, 좋은 환경을 만들었던 셈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축물을 지을때에도 내부구조의 설계에 따라서 좋은 환경, 또는 열악한 환경이 조성된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혜인사의 장경판고를 보자. 이는 500년전에 축조되었지만 극히 과학적인 설계로 창고안의 공기가 항상 움직여 습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계절에 관계없이 일정 온도가 유지돼 목판 장경이 지금까지 변질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예는 현대 도시에서도 볼수 있다. 수십층높이의 건물들이 잇달아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가에서 빌딩들 사이로 거센 바람이 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계곡사이에서 부는 계곡풍과 같다. 인공구조물이 풍수상 환경을 변경시킨 예이다. 햇볕이 잘드는 남향집 앞에 고층건물이 새로 지어져 음습한 집으로 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고층빌딩이나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건립되면 그 일대에선 기존의 풍수적환경은 이전과 전혀 다르게 변한다. 이는 현대에는 명당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며 또한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택지를 선택할때나 건물을 지을때 현재의 상태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변하는 상황까지 감안해야하며 명당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바람직하다. 정광영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