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환율 논쟁' .. EU, 통화공조체제 "흔들"

유럽연합(EU)의 통화안정공조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EU 회원국 사이에 내분양상이 빚어짐에 따라 뉴욕런던 등 국제환시에서 달러화가 급등세(마르크화 약세)를 보이는 등 환율움직임이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뉴욕환시에서는 지난주말 마르크에 대한 달러가치가 달러당 1.5388마르크를기록해 1개월반만에 최고시세를 형성했다. 문제의 발단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EU 회원국통화간 환율조정 논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환율수준이 상품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자국 화폐의 가치를 가급적 평가절하 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2주전부터 일고 있는 프랑화의 적정환율 논쟁이 그예이다. 유럽화폐통합의 산파격인 지스카르 데스탱 전프랑스대통령이 프랑화의 평가절하를 주장하면서 발단, 프랑스정가는 물론 유럽 금융가에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그는 프랑화를 독일 마르크화와 연동, "강한 프랑" 정책을 유지해온 결과 프랑화는 달러화에 비해 그가치가 8~9% 평가절상 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력차를 인정하지 않은채 독일과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춰온 것이 현 경제난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며 "마르크및 달러화에 대해 평가절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프랑화의 대달러 적정환율을 현행 달러당 평균 5.0프랑에서 5.5프랑으로 제시했다. 그의 발언직후 장 아르튀재무장관등 정부관계자는 즉시 현행 금융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차기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필립 세강 의회대변인은 "데스탱의 분석은 흠잡을데가 없을 정도로 합리적이다"고평하는 등 상당수 정치인들이 데스탱의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또 지난주 열린 프랑스중앙은행 정책위원회에서도 장피에르 제라르등 일부위원들이 "프랑화를 평가절하해야 하고 이를위해 독일과 금리정책에 보조를맞추는 현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강한 프랑화 정책에 반론을 제기,논란을 빚고 있다. 이들 위원은 프랑화의 적정수준으로 달러당 6프랑선을 제시했다. 이탈리아 리라화의 환율수준도 EU회원국간 상당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유럽 재무장관들은 일요일인 지난달 24일 밤늦도록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리라의 유럽통화체계(ERM) 복귀를 승인했다. 그러나 리라화의 적정환율에는 이탈리아와 여타 회원국간 여전히 견해차를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정부는 마르크당 1천리라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한데 반해 여타 회원국은 9백90리라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라의 가치절상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탈리아가 유럽화폐통합에 참여할 경우 약한 리라는 곧 통합화폐의 약세로연결된다는 분석에 따른 주장이다. 리라의 ERM복귀 이후 마르크화가 달러및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것도 이같은 우려의 반영이다. 양국은 이탈리아가 지난 92년 ERM을 탈퇴한후 수출확대를 위해 거의 40%에 가까운 평가절하를 단행했다며 그 적정환율을 9백70리라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기업들은 리라화 가치의 인위적 절상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면 반대하고 있어 이탈리아정부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평가절하를 단행했던 스페인 포르투갈등도 환율조정 문제가 조만간 뒤따를 전망이어서 화폐통합을 앞두고 EU 회원국간환율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가는 분위기이다. 이 불똥은 국제환시로 연결돼 환율불안정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