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단] '저녁 들길에서' .. 마종기

그 어느 곳에 먼 노을을 즐기지 않을 이 있으리. 그 어느 곳에 늦은 깨달음을 용서하지 않을 이 있으리. 수많은 방황 끝에 경건한 제사에 도착한 내 젊음의 약한 시선도 탓하지 않으리. 조용히 불 꺼져가는 저녁 무렵 누구도 이 말없는 애태움을 그리워하지 않을 이 있으리. 그리고 마침내 남은 육신이 밤에 멀리 혼자일 때 나는 나를 지켜준 모닥불의 온기를 이 들길에 고이 묻고 떠나리. 시집 "조용한 개선"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