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시련기 맞는 아시아 대기업'

아시아의 대기업(대규모기업집단)들이 시련기를 맞았다.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아시아대기업의 특징인 "족벌경영"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홍콩과 한국 등의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고려중이거나 이미 돌입했다. 홍콩의 대기업들은 증시활황세에 맞춰 기업공개와 상장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기업분할에도 기꺼이 나서고 있다. 부동산 호텔 통신업종을 거느리고 있는 상장법인 "뉴월드디벨로프먼트"사는지난 10월 부동산부문을 주력업종으로 하는 "뉴월드인프라스트럭처"라는 별도법인을 분리설립했다. 뉴월드그룹의 소유주이자 경영주인 쳉가는 홍콩에 있는 건설회사와 중국에있는 부동산업체마저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헨리 쳉 그룹전무이사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자회사들이 경영 및 자금면에서 독립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귀금속및 부동산개발사업체인 템팟힝풍사의 소유주도 유사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달중 금괴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해 상장할 계획이다. 이들 대기업의 소유주는 회사를 분할하면 주가을 끌어올려 주주이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믿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분리설립된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여왔다. 또 기업분리를 통해 직원들에게 자극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 홍콩 "족벌경영" 기업에 속한 직원들은 흔히 "종신고용" 인식에 젖어 무사안일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자회사들을 분리독립시키는데 나섰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전자사업부문을 상장시키기 위해 공모주청약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반도체사업부문을 상장시켰다. 한국의 다른 대기업 자회사들도 모기업의 영향력을 점차 줄이면서 독립경영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시아 기업가들은 대규모기업집단이 현재의 아시아 토양에 적합하다고 믿고 있다. 정부가 수익성높은 사업을 인허가하는 풍토에서 대기업이야말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것과 태국의 차로엔 포크판드그룹이 식품사업에서 오토바이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것 등이 좋은 예다. 동아시아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대기업을 통해 지역경제권을 장악했다. 화교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상위10개 대기업중 8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시아 대기업들은 일가족이 소유권과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문어발식 사업다각화에 주력해온 것이 특징이다. 하바드대비즈니스스쿨은 주력업종으로 특화하지 않으면 아시아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전문가들은 이를 무시한다. 족벌경영이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화교기업가들은 친족과 계열사들로 조직된 이른바 "뱀부 네트워크"를 통해시장정보와 투자현금을 신속히 획득해 왔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대기업들이 위기에 몰린다면 주력업종으로 특화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후계자승계를 둘러싼 내분에서 초래될 확률이 높다. 일례로 대만 최대의 포모사그룹의 창업자 왕윤칭은 지난해 후계자로 유력시되던 장남 윈스턴을 회사에서 내쫓았다. 죄목은 혼외정사다. 부자간에 반목이 지속될 경우 포모사그룹이 자칫 쪼개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부분의 경영전문가들은 그러나 대기업의 성패를 진단할때 후계권분쟁 요인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아 기업의 경우 이 후계자문제가 큰 변수로 작용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Fissiparous fortune and family feuds, 30th, November, Economist"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