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용오회장체제 출범] 박용오회장 취임 첫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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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오 두산그룹 신임회장은 4일 롯데호텔 가네트룸에서 취임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그룹이 어려울 때 회장직을 맡게돼 책임이 무겁다"며 "창업2세기를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으로 헤쳐나가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회장은 간간히 너털웃음과 유머를 섞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으며 구체적인 숫자에 관한 부분은 배석한 박용만 그룹기획조정실장(다섯째 동생)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회장이 교체된 배경은. "형님(박용곤 명예회장)께서 평소 65세가 되는 내년 4월에 그룹회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말씀해 오셨다. 그러나 2차 사업구조 조정과 함께 창업2세기를 맞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보다 현실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선 연말에 물러나는게 좋겠다는 뜻을 밝혀 예정보다 빠르게 이.취임식을 갖게 됐다" -회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언제 알았나. "1주일전쯤 명예회장의 언질이 있었다" -명예회장은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떼는가. "우리 형제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터놓고 상의해 결정한다. 보통 1주일에 1번 정도는 꼭 만나 그룹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명예회장이 장자(박정원 OB맥주 이사대우.35)가 아니라 친동생인 박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유는. "알다시피 지금 경제가 어렵고 두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두산은 개화기의 물결이 시작된 1896년 창업됐다. 1백년동안 쌓은 기업경영의 노하우를 다음 1백년에 접목시키라고 나를 지목한 것 같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룹 사장단의 진용은 어떻게 짤 것인가.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중역들의 재능과 기질 등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OB맥주의 적자를 두고 말이 많은데 그사람(유병택 OB맥주 사장)이 취임한지 1년밖에 안된다.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연말쯤 통상적인 소폭 인사는 있을 것이다" -그룹 임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데. "OB맥주는 한때 맥주시장의 70%를 점유했었다. 과거의 영광에 비추어보면 현재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올해 OB맥주의 임금협상때 노조가 백지위임을 할 정도로 결의에 차있다. 나도 수시로 현장에 내려가 근로자들과 토론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을 고쳐나갈 생각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선대에게 물려받은 OB맥주를 어떻게든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작년에 세계맥주업체중 15위를 했는데 2000년에는 10위 안으로 진입시키는게 목표다.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 현지공장 건설을 검토중이다. 조만간 깜짝 놀랄만한 신제품도 발표하겠다. 두산건설 두산상사 등 나머지 회사들은 나름대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이미 언론에 발표했던 리스트럭처링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하겠다" -리스트럭처링이 구체적인 실체가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박실장이 대신 대답)리스트럭처링은 기존사업을 없애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는게 아니다. 가지고 있는 자산에 대한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도 생활문화 기술소재 정보유통이란 3개 사업군을 크게 변동시키지는 않겠다. 각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조화로운 성장을 시키는게 목표다" 박회장은 "젊었을 때는 소주를 3병가량 마셨으나 지금은 카프리를 즐겨 마신다"며 "0B맥주를 많이 마시는게 나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건배를 제의하는 여유를 잊지않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