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WTO 싱가포르 각료회의 국가별 입장은...'

오는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첫 각료회의를 앞두고 참가국들마다 이해타산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무역장벽을 점진적으로 낮춰간다는 총론에는 이의가 없지만 막상 자국의 이해관계가 민감한 분야에 대해선저마다 계산이 다르다. 미국은 장기인 첨단기술분야의 교역자유화를 관철시킬 속셈이다. 유럽연합(EU)은 일본시장등을 겨냥한 불공정교역관행을 허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수세이지만 미국의 압력을 의식한 나머지 상호주의보다는이른바 다자간무역자유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오는 13일까지 5일간 개최될 WTO 첫 각료회담에 임하는 주요 무역국과 경제권별 입장을 정리해 본다. 미국 미국은 서기 2000년까지 정보기술상품,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반도체, 통신장비에 대한 모든 관세를 철폐하기 위한 정보기술협정(ITA)을 원하고 있다. 이 협정을 통해 WTO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무역질서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다. 미국은 또 WTO체제하의 자유무역에 따른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근로기준과 무역간의 상관관계를 이번회의에서 다루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은 이밖에 개발도상국들로부터 WTO의 정부조달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합의를 받아내려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EU는 외국기업들의 시장접근에 장애가 되는 카르텔과 민간회사들간의 가격담합관행을 궁극적으로 철폐하기 위해 국가경쟁정책 문제를 WTO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U무역위원 리언 브리턴경은 2000년 이전에 또 한차례의 세계무역협상을 개최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간다는 합의의 도출을 희망하고 있으나 EU 회원국들간에도 이견이 많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은 WTO가 노동-무역 연계안을 논의하기시작해야 한다는 미국입장에 동조하고 있으나 영국, 독일, 스페인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EU도 ITA안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모든 관세의 철폐 시한을 길게 잡기를 원하고 있다. 일본 일본은 캐나다와 함께 WTO회원국들 끼리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투자면에서 비슷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하는 범세계적 규정을 토의하자고 밀고 있다. EU는 이같은 입장에 찬동하고 있으나 미국은 반대한다. 일본은 ITA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은 입장이나 노동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을 지지하지 않는다. 일본도 경쟁력 정책이 의제에 오르기를 원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반덤핑,특별관세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덤핑조치를 시행하고있는 미국과 EU는 이를 연계시키는데 반대하고 있다. 신흥아시아경제권 신흥아시아경제국들은 관세인하 및 기타 무역장벽 축소에 관한 우루과이 라운드협정의 이행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미국과 EU가 우루과이 협정에 의거한 10년간의 타임테이블보다 훨씬빨리 섬유.의류시장을 개방하는데 합의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 신흥아시아경제국들은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선두로 노동,투자, 경쟁 등 "새로운 이슈"들을 현단계에서 논의하는데는 반대하고 있다. 중남미 이 지역 국가들은 WTO각료회의에 제시할 통일된 의제를 마련하지는 않았으며 "새로운 이슈"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신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도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의 이행에 중점을두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의 지지아래 이번 싱가포르회의에서 2000년에 시작될 농산물무역장벽의 추가인하에관한 새로운 협상을 준비하는 문제에 합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일본, EU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일.EU의 정책당사자들은 농민들로부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유엔에 의해 지구상 최저개발국(LDC)으로 지정된 48국에 속한 국가들이 많은 WTO의 아프리카회원국들은 이번 각료회의에서 그들을 특별케이스로 인정하는 명확한조치가 취해지기를 원한다. 이들은 아프리카 상품에 대한 선진국과 중진국들의 관세및 기타 무역장벽들을 점진적으로 철폐한다는 레나토 루지에로 WTO사무총장 후원하의 행동계획이 승인되기를 희망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