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한경 소비자대상] 마케팅상 : 뉴트렌드 .. '김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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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양조의 "김삿갓"은 올해 국내 소주시장에 메가톤급 돌풍을 몰고 왔다. 새로운 소주맛을 원하던 애주가들에게 프리미엄급 소주로 화답한 때문이다. 지난 3월 선보인 김삿갓은 10월말까지 모두 3,000만병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김삿갓은 이로써 90년대 들어 날로 위축돼온 소주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했다. 이같은 판매실적과 함께 김삿갓은 프리미엄급 고급소주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김삿갓에 이어 경쟁업체들도 고급소주 시판시기를 앞당겨 지금까지 두산경월의 "청산리벽계수" 무학의 "태백이" 금복주의 "영의정"등 모두 9개사 10개 제품이 줄을 잇고 있다. 모든 "거사"가 다 그렇듯 처음엔 성공을 장담할수 없었다. 특히 당시 보해로서는 배수진을 친 모험이었다. 앞서 시판한 시티소주등 2~3차례의 야심찬 신제품이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개발부담이 어느때 보다 컸다. 그러나 프리미엄급 위스키의 소비량이 늘어나는 데서 볼수 있듯이 주류소비가 점차 고급화돼 보해는 고급소주개발밖에 없다는 결단을 내렸다. 보해는 전날 과음한후 아침에 꿀물을 찾는 애주가들의 공통적인 습관에서 착안, 새로운 감미료로 100% 천연벌꿀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름도 외래어가 아닌 우리역사의 인물에서 찾아 새로운 이미지 전달에 노력했다. 고급소주의 품격을 강조하기 위해 일식집 대형갈비집등 고급업소 3,000여개를 집중공략하기도 했다. 김삿갓의 히트요인은 물론 차별화된 품질에 있었다. 김삿갓은 주정 물 첨가물 병등 4가지 요소를 모두 고급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기호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인공감미료 대신 100% 천연벌꿀을 사용, 맛이 한결 부드럽고 은은한 향을 느낄수 있도록 했다. 또 쌀보리로 만든 곡물주정을 써 소주의 날카롭고 쓴 맛을 없앴다. 국내 최초로 자외선을 99.5% 차단하는 특수병을 사용해 소주의 풍미와 순도를 그대로 지킨 것도 인기획득에 한몫 했다. 김삿갓의 올해 총판매량은 4,000만병에 달할 것으로 보해는 내다보고 있다. 보해의 전체 소주판매량중 김삿갓의 비중도 지난 9월의 16% 이상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에 비견할 만하다. 이같은 의지는 샘솟는 샘물처럼 마를 줄 모른다는 상식을 떠올릴 만한 "130년만에 온 김삿갓의 환생"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