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세대와 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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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최고의 고전중 하나인 "육도"는 중국 주나라 때 태공망 려상이 쓴 것으로 전해진다. "육도" 동도편에서 여상은 군 사기문제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군대 전체가 마음으로 즐거히 복종하고 사졸들이 법을 중히 여기며 장수의 명령을 공경하고 적을 깨뜨리는 일을 서로 즐겨 말하고 서로 용맹스러움을 칭찬하며 서로 유력있는 씩씩함을 위로하면 그 군대가 강하다는 징조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전체 군대가 자주 놀라고 사졸들은 질서가 없으며 적이 강한 것을 서로 겁내 전세가 불리하다고 말하면서 서로 귓속말과 눈짓들을 하며 요괴한 말이 그치지 않아서 여러 사람 입에서 서로 의혹하는 말이 퍼지고 법령을 중히 여기지 않으며 장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군대는 약하다는 징조"라고 적고 있다. 물론 중국의 고대 병서가 첨단무기로 겨루게되는 현대전에 그대로 적용될 순 없는 일이지만 병사들의 군기가 전투력의 절대적 요소가되는 것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군기강 확립을 위해 병사들을 지나치게 엄하게 다루면 사기가 위축되기 쉽고 반대로 너무 느슨하게 다루면 해이해지기 쉽다. 더구나 민주국가의 군으로서 군기를 확립하고 강군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성장과 함께 가정에서 고히 자란 신세대청년들이 군의 주축을 이루게되면서 최근 우리 군의 병영에선 새 풍속도가 만들어졌던 모양이다. 일부 사병들은 매달 집에서 10만~20만원씩 용돈을 부쳐다 쓰고 있고 야간보초를 설때 소형 라디오나 "워크맨" 등을 듣고 있으며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마저 휴대한 사병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부 사병의 작태는 군기가 얼마나 해이돼 있었는가를 말해 준다. 국방부는 지난 5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군기강 확립방안의 하나로 현금카드와 무선호출기를 회수하고 부대내 설치된 공중전화도 자유시간에만사용토록 제한키로 했다. 또 종래엔 정상적인 업무수행중에 생긴 사고라도 결과만을 기준으로 초급지휘관부터 최상급지휘관까지 과도한 지휘책임을 물었지만 앞으로 엄격한 기준과 범위내에서 문책키로 했다. 이같은 지휘방침은 군기확립으로 "나약한 군대"를 탈피하고 강군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전환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군이란 간단하게 몇가지 조치로 육성되는 게 아니다. 태공망의 강군 징표를 되새겨 볼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