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라이벌] '엘리트골퍼 보여주겠다' .. 안주환-정준

국내 남자프로 골프계는 "독학파"들이 득세하고 있다. 최상호 최경주 강욱순 등은 스스로 기량을 연마하거나 선배프로들에게서 어깨너머로 골프를 배운 선수들이다. 그런데 골프가 아시안 게임에 채택되면서 우리도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한골프협회에서는 국가대표와 상비군을 구성,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추어대표 출신의 동갑내기 안주환 (25.엘로드)과 정준 (25.나이센)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골프 엘리트교육을 받은 두 맞수는 지난 2년여동안 프로로서의 경험을 쌓으며 97시즌 "본격 도약"을 꿈꾸고 있다. 프로 데뷔전 안주환의 아마추어 경력은 화려하다. 초등학교 6학년때 입문한 안은 중3때 상비군에 뽑혔고 고3때는 국가대표가 됐다. 북경 및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모두 단체3위, 개인 4위의 전과를 올렸다. 안은 아마9승을 올리며 탄탄대로를 걸었고, 운동에 전념할수 있는 상무입대의 혜택도 받았다. 정준의 아마경력은 안에 비해 보잘것 없었다. 중3때 골프클럽을 잡아 시작부터 늦었다. 정은 상비군에 선발돼 안과 같이 활동하기도 했으나 그것이 전부로 큰대회에서 우승은 없었다. 정은 92년 프로자격증을 딴뒤 입대했다. 상무가 아닌 일반 군인이었다. 안과는 골프환경이 딴판이었다. 프로입문후 "가방끈이 길다고 공부잘하나" 골퍼들이 흔히 하는 농담이다. 드라이버샷 잘쳐놓고도 스코어는 더 엉망이 될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시절은 안이 훨씬 화려했지만 프로무대는 달랐다. 정은 92프로테스트에서 1위로 합격한후 2년여의 공백 (군복무)을 딛고 94년 투어프로선발전에 나가 1위를 하며 95년 본격 프로생활을 시작한다. 정은 프로첫해 상금랭킹 26위를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신한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다. 본인이나 주위사람이나 전혀 뜻밖의 돌풍이었다. 94년 제대한 안주환은 그러나 첫 프로테스트에서 실패한뒤 두번째 테스트에서 합격했다. 프로초입부터 가시밭길이었던 셈이다. 안은 프로첫해인 95년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고, 96년에도 정준이 우승한 신한오픈에서 6위에 오른 것이 최고성적이었다. 안은 "프로2년동안 부상으로 겨울훈련을 제대로 못한데다, 개인사정이 있어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97년을 도약의 해로 삼겠다"며 벼르고 있다. 아마시절 항상 내려만 보았던 정준의 우승에 자극받은 바도 크다. 정준은 현재 아시안투어 홍콩오픈에 출전중이고, 안은 곧 해외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97년 4~5개의 대회창설로 전에없이 활성화될 남자골프계. 안-정 두 엘리트골퍼들의 활약과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