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FRB 의장 영향력 역시 막강'

그린스펀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의 영향력은 역시 컸다. 목요일인 지난 5일 저녁(미국시간) 워싱턴의 한 모임에서 그가 언급한 "과열우려"란 단어는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세계 금융시장을 단숨에 꺾어 놓았다. 일본주식시장은 올들어 하루최대의 낙폭을 기록했고 유럽증시도 비틀거렸다. 뉴욕 다우존스지수는 6일 오전 개장과 동시에 1백45포인트(2%)나 수직하락했다. 지난 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나 29년 대공황때의 주가하락이 연상될 정도의공포분위기였다. 연 6.50%선이던 30년만기 국채금리가 연 6.64%까지 치솟는(가격하락)등 채권시장도 요동을 쳤다. 금값이 오르는등 상품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그린스펀의 발언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현재의 금융시장을 "과열"로 진단할 경우 그것은 곧 "금리인상"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긴축기조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금리인상이 실제 이뤄질 경우 주가하락과 채권금리의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임자인 폴 볼커보다 훨씬 더 "은유의 귀재"로 불리는 그린스펀의 이번 발언은 "금리를 진짜 올리지는 않을테니 시장에서 알아서 그런 효과를 내달라는 구두경고"(브루스 스타인버그 메릴린치 거시경제담당매니저)라는 분석이다. "터지기 직전까지 팽창한 타이어의 바람을 좀 빼달라는 충분히 계산된 주문"(릴리 그램 전FRB이사)인 셈이다. 따라서 그린스펀의 발언은 주식시장의 "숨고르기"를 간접적으로 돕기 위한것일뿐 장세흐름을 결정적으로 뒤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은 조정받을 때가 됐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그 계기를마련했을 뿐이다"(크리스 이고 바클레이즈 펀드매니저)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날 오전 급락했던 다우존스지수는 오후들어 회복세를 보이면서 낙폭을 55포인트로 줄였다. 연 6.64%까지 올랐던 금리도 연 6.51%선으로 안정을 찾았으며 상품시장도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미국의 경제상황이 금리를 올리기에는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6일 발표된 고용지수결과 11월중 실업률이 당초예상(5.2%)보다 높은 5.4%로나타났다는 것은 이러한 견해에 힘을 실어준다. 실업률이 낮으면 임금이 올라 인플레우려가 있지만 실업률이 높으면 인플레우려는 감소한다. 적어도 인플레를 잡기위한 금리인상은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린스펀 스스로도 "앞으로가 문제이지 아직은 (인플레가) 괜찮은 수준"임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미경제분석가들은 이번 그린스펀 파문이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현재의 주가수준을 재평가할 만한 어떠한 거시경제지표도 발견할 수 없다"(라 바른웨이 퍼스트알바니사 투자분석담당)는 점에서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방향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FRB의 정책조정회의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나친 (금융시장) 과열로 자산가치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지난 10년간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경기침체가 뒤따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지나친 과열''의 징후는 어떻게 알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