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국회에 쏠리는 곱지 않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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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무슨 일을 하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의회제 실시 반세기가 돼도 이 원초적 의문을 풀지 못하는 국민들이 아직 많다. 특히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며 요즘 여-야가 하는 협상이란 것이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조차 극소수일 것이다. 그 원인을 처음부터 국민의 무관심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 근본적으론 정당이나 의원들의 마음이 나라일(염불)보다 자신의 이해관계(잿밥)에 있는 것이 원인이다. 그러다 보니 용어부터가 이해당사자 아니면 알아듣기 힘들게 생소해지고 심하면 암호처럼 난해하다. 결과론이지만 매체들도 이에 가세한다. 세분화된 담당제에 지면-시간절약 필요성이 맞물려 국회관련 보도는 국민에 생경감 권태감까지 준다. 안건이 오래 끌수록 더 심하다. 업치락뒤치락 끝에 시작과는 판이하게 변질하기 쉽다. 제도개선 특위가 그 예다. 4.11총선후 의석확대 과정서 촉발된 여-야 극한대치끝에 마련된 타협안이 바로 검-경의 선거간여 배제를 위한 제도개선 특위와 부정선거 조사특위 구성이었다. 여-야가 당운을 걸다시피 몇달을 맞선 특위의 쟁점과 어제 합의 발표된 내용을 놓고 볼때 이것이 과연 국회본연의 예산심의 임무와 그 밖의 허다한 주요 의안들의 심의지연을 대가로 치르면서 15대 새국회가 심혈을 기울인 제도의 개선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합의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핵심 사항은 선거법의 소위 연좌제 축소와 검찰총장 퇴임후 2년간의 당적 불허다. 공명선거의 오랜 염원을 담고 현 통합선거법이 94년 제정될때 국민은 "과연 문민시대"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핵심은 선거자금 제한보다도 부정이 적발되면 취임후라도 당선을 무효화하는 조항이며, 직계가족 사무장 회계책임자의 연대책임이 그 담보였다. 초록은 동색이라듯, 막후협상은 진전될수록 돈 안쓰는 선거와는 반대의 의원이기주의 방향으로 흘렀다. 사후감시 완화, 당선무효 봉쇄쪽으로 여-야의 뜻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공소시효 단축이 여론에 밀리는가 싶더니 사무장과 회계책임자의 연좌폐지로 방향을 바꿨다. 과연 선거에서 이 두 요직의 면책을 인정하고도 돈 안쓰는 선거가 된다고 믿는가. 너무 속이 보인다. 오히려 선거비용 상한을 현실에 가깝게 올리는 편이 훨씬 솔직하고 떳떳하지 않은가. 퇴임 검찰총장의 당적불허 역시 형평에 맞지 않는 편법적 사고다. 어렵더라도 인사청문회 제도로의 진일보가 정도라 본다. 대통령의 권한 과다,내각책임제 논의가 지속되는 마당에 인사청문제도를 인사권 침해 시각에서 반대함에는 논거가 너무 취약하다. 예산 결산만 완벽하게 해내면 국회는 할일을 다 하는 셈이다. 어떤 정부업무도 예산없는 업무는 없으며 따라서 결산을 제대로 하면 사후감시가 된다. 15대 국회가 첫해부터 예산처리 법정시한을 어긴것 부터가 잘못이다. 의원 자신의 이익, 대선앞둔 편짜기에 여념없는 국회를 향해 어려운 경제,대북관계, 노사관계에 왜 손을 놓고 있느냐고 아무리 떠들어 본들 목만아픈 현실이 너무 암담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