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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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란 "사시이비"에서 나온 말로 "겉은 제법 비슷하나 속이 다른 것"을 가르킨다. 사이비 애국자, 사이비 신사 등에 쓰인다. 그러나 어느 종교집단을 사이비라고 규정짓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이비종교라고 단정할 경우 먼저 종교란 무엇이나는 본질론이 제기되고 또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됨으로 공식 종교단체로 등록되면 "사이비"가아니게 된다. 그래서 흔히 "신흥종교"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그것도 적절하지 않다. 신흥이란 말은 신흥국가나 신흥계급처럼 "새로 일어 난다"는 의미를 부여하므로 흥할지 망할지 모를 종교집단을 신흥이라고 지칭하기엔 적합치 않은 것이다. 일본 종교학계에선 "신종교"란 조어"를 사용하는 모양인데 그 정도로 개념규정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기성 종교측에선 이들 대부분을 이단 또는 사이비로 규정한다. 개신교회측의 "이단 사이비대책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에서 활동중인 "이단.사이비 종파"는 14개종류에 405개라 한다. 이들이 우리사회에 쉽게 파고들수 있었던 것은 우리사회가 산업화되면서 이에 적응치 못하는 소외계층이 느는 반면 기성교단측이 이들을 흡수하는등 제 열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이들이 사회문제로 등장하게 되는 것은 종교적인 차원보다 범죄적인 차원에서 비롯된다. "아가동산"의 경우가 그렇고 또 그전의 "영생교"의 경우 등이 그렇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사실이라면 "아가동산"은 이미 종교집단이 아니었다. 교주 김기순씨나 측근들에 의한 강제노역 임금착취 폭행 살해 등과 교주 및 측근의 치부는 엄연한 범죄행위이고 따라서 법에 따라 처벌돼야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치가 이런데도 지난 88년부터 "아가동산" 피해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여러차례 당국에 고발과 진정을 했었는데도 번번이 진상조사 없이 유야 무야로 끝냈었다는 사실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만든 신아영농조합에 34억원에 영농자금을 지원했고 불법전용한 3만여평의 농지를 양성화시켜 줬다는 의혹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원래 "신종교"는 광신도의 집단이므로 증거보존등 사법처리상에 어려운점이 있었을 것이다. 또 잘못하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을 위험마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위 종교를 내새우며 저지르는 범죄마저 방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은 물론 기성종단도 앞으로 권위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신종교"가 발호하게 된 책임의 일단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종교의 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