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평] MBC-TV '남자셋 여자셋' .. 현실성없는 상황설정

주말저녁 각종 버라이어티쇼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 코미디는 10대 위주로 만들어지면서 스스로 시청층을 좁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내 코미디가 좀더 폭넓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거론되는 방안중의하나가 시트콤 개발이다. 시트콤(시츄에이션 코미디)은 매회 다른 소재로 코믹한 상황을 전개, 건강하고 부담없는 웃음을 주는 드라마의 한 장르. 현실감있게 설정된 상황이 요구하는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코믹연기가 필수적이다. MBC TV의 "남자셋 여자셋"(월~금 오후 7시5~30분)은 가을 개편때 기존 뉴스시간대인 오후 7시대에 편성하며 의욕을 보인 일일시트콤. 온가족이 즐길수 있는 웃음과 감동의 시트콤을 표방했으나 실제로은 10대만을 겨냥한 흔적이 역력하다. 주인공은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6명. 개그맨 신동엽과 우희진 홍경인 이제니 채정안 송승헌 등 청춘스타들이 실명으로 나온다. 이들은 부모가 일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게돼 할머니와 단둘만 남은 희진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이들 남녀 6명이 집과 학교를 오가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주내용이다. 이 시트콤의 경우 매회 차이는 있지만 시청자를 저절로 웃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상황설정이 부족하다. 이야기보다 몇몇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말장난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 매일 방송되다 보니 "행운의 편지"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가 등장하기도한다. 출연진의 연기도 아쉽다. 신동엽과 홍경인 정도가 순발력을 발휘하며 제몫을 해낼뿐 다른 주인공들의연기는 부자연스럽고 어설프다. 처음과 달리 신동엽의 개그적 재능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그의 캐릭터가 점점 더 희화적으로 그려진다. 송창의 은경의 등 MBC를 대표하는 예능PD가 달려들어 만들고 있지만 시트콤이라기보다 기존 코미디프로그램의 에피소드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가 당초 기대만큼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