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언] 외채 산더미 '큰 걱정'...근검/절약 필요한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부진과 수입의 급증, 여기에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840원을 넘어서면서 우리의 외채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금년들어 1월부터 10월까지 경상수지적자는 19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억2,000만달러에 비해 2.3배를 기록, 사상 최대 적자액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2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총외채는 이미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연말이면 1,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순외채는 무역수지와 무역외수지를 포함해 32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총외채규모는 "개국이래 최대"이며 순외채규모도 지난 85년도에 355억달러의 적자를 나타낸 이후 두번째로 큰 폭을 이룬 것이다. 외채가 1,000억달러를 넘으면 국민 1인당 외채부담금만도 9만원꼴이 되며 연이자 지불금액이 5조원을 넘게 된다. 나라살림은 이렇게 빚에 허덕이지만 개인의 씀씀이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올 한해 해외여행 수지 적자가 수억달러가 되는데도 외국여행의 열풍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카지노에서 5,000만원 탕진" "3,000만원짜리 루비 구입" "2년간 10여차례 여행하면서 신용카드대만 1억8,000여만원 지출" "20일간 여행중 술값만 2,000만원을 탕진한 사람" 여기에다 국회부총무들이 해외에서 고가의 술을 구입해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사람들은 해외에서 돈을 쓰면서 거들먹거리기가 일쑤이다. 한국인의 이미지야 어떻게 되든 안중에도 없다. 어른들만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배낭여행"의 형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일부학생은 소매치기들과 도둑들의 표적이 되고, 잃어버린(?)배낭 대신 쇼핑백을 들고 다녀 현지에서 한국의 학생들을 "봉"이라고 한다. 또 그들은 학생신분으로 수백만원짜리의 시계며 십만원이 넘는 머플러도 수십장씩 사들고 오는 것이 학생배낭여행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렇게 마구 쓴 여행수지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난데는 1인당 여행에서 지출한 평균 경비 184만원이 한몫을 한다. 우리는 이제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갓 넘은 후발공업국에 불과하다. 반면 북한에서는 외화를 벌어들이기위해 금강산과 백두산 등의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자신이 먹을 쌀을 갖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여행사는 5박6일의 북한 관광코스를 22만원정도의 요금과, 역시 쌀을 갖고 관광하는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다. 남북한의 불균형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지만 무역수지 적자나 빚에 허덕이면서 마냥 잘 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남의 빚 갚을 희망이 없어보이는 나라로 멕시코와 러시아를 꼽고 있지만 꼭 나의 일이 아니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 보다 검소한 자세로 좀 더 절약하고 더 많은 땀이 필요한 때이다. 조성헌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