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씨 항소심] "항장은 불살" 고어체판결..공판 이모저모

12.12, 5.18 및 비자금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16일 법정주변은 5.18 관련단체회원들을 비롯한 방청객들이 형량이 줄어든데 대해 반발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서울역이나 고속터미널 등에서는 여행을 떠나던 시민들도 삼삼오오 짝을지어 생중계된 선고공판과정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특히 선고형량이 1심때보다 낮게 나오자 시민들사이에선 감형이유가 석연치않다며 서로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5.18 및 12.12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17년형이 선고되자 1심보다 형량이 가벼워진데 격분한 5.18관련 유족회 등 시민단체들이 법원 건물내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전 11시께 검색대가 설치된 고법 2층에서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20여명의 광주유족회 회원이 전.노씨의 선고형량을 전해듣고 법정진입을 요구하며 출입문에서 경비원들과 격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광주유족회원 최옥례씨(66.광주시 서구 월곡동)는 "5.18때 군에 의해 죽은 남편의 시신조차 아직 찾지못했다"며 "5.18을 일으킨 전두환, 정호용은 죽어 마땅하다"며 울부짖었다. 최씨를 포함한 광주유족회 회원 40여명 가운데 법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2층에서 대기중이던 유족회 회원들은 재판이 끝나자 복도에 앉아 전두환 사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관련 67명에 대해 국민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법원에 고소했다고 밝힌 국민명예협회 회장 김규봉씨(43.동한통상 대표)는 "전두환.노태우씨가 1심보다 형량이 낮아진 것은 재판부가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재판부를 비난했다. 정동년 5.18 광주항쟁연합상임의장 등은 "사전에 짜맞춘 재판"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의장은 "반란수괴죄의 경우 사형이외에는 법정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1심 선고공판때와 마찬가지로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감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의장은 특히 "재판부가 전두환.노태우 피고인 등이 지난 87년 이룩한 6.29 선언을 감형의 근거로 내세웠으나 6.29선언은 당시 정권이 국민들의 힘에 굴복한 것이지 스스로 취한 조치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과정을 지켜본 명노근 전남대 영문과 교수는 "이 재판은 전.노씨를 감형시키기 위해 사전각본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며 "일단 개인적으로는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지만 국민들이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라고 주장. 조아라 광주 YWCA 회장은 법정에서 나온 직후 흥분된 목소리로 "이건 재판이 아니다. 현 정권이 주장하고 있는 역사 바로세우기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격분. .재판부의 선고직후 5.18 유족회원 20여명은 법정앞 검색대 2층 로비에 주저앉아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감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통곡하며 재판부를 비난. 이들은 "우리의 아들.딸,남편 등 가족들을 무참히 학살한 이들에게 사형이외는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재판의 이면에는 뭔가 계략이 숨어있다.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전두환.노태우피고인에게 형량을 낮춰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하자 변호인측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제스쳐를 보인 반면 검찰측은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 대조. 선고 직후 전씨측 석진강변호사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피고인들과 변호인측에게 "감사합니다"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더 무죄가 나와야 하는데..."라며 엄살(?)을 떨기도. 반면 검찰측 김상희부장검사는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도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며 언급을 회피한 채 빠른 발걸음으로 법정을 떠났으며 김각영 특별공판부장도 "우선 검토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간단히 언급. 한편 정주교변호사는 상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란죄 기산점을 산정하면서 80년 5월17일 비상계엄확대조치 이후부터 87년 6.29선언시까지의 기간을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의 진행으로 본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상고방침을 간접시사. .선고직후 대부분 피고인들의 표정이 1심 선고때의 모습과 달리 매우 밝은 모습. 특히 전두환.노태우피고인의 경우 1심 형량보다 감형이 된 덕분인지 나머지 피고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고생했다", "수고했다"고 말을 건넸으며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된 박준병피고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편 당초 집행유예가 예상됐던 주영복.이희성.신윤희.박종규피고인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견 불만스런 표정. .12.12,5.18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 고등법원 형사 1부(재판장권성 부장판사)가 16일 판결문에서 옛 성현의 글을 인용한 듯 어려운 표현을 즐겨써 주위를 당혹케 했다. 그러나 문장안에 각 피고인에 대한 재판부의 시각과 양형기준, 쿠데타전후 피고인별 행동성향 등이 함축돼 있어 어려운 한자어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읽는 묘미를 더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전두환 피고인에 대한 양형이유를 밝히면서 "전 피고인이 권력의 상실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정치문화로부터 탈피하여, 권력을 내놓아도 죽는 일은 없다는 원칙을 확립한 일은, 쿠테타를 응징하는 것에 못지않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며 "자고로 항장은 불살이라 하였으니 공화를 위하여 감일등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 피고인이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을 일으켜 군의 기강을 파괴하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등 엄청난 죄를 저질렀으나 재임중 6.29 선언을 수용, 민주회복과 정권교체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화합을 위해 무기징역으로 감형,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의미로 쓴 표현이다. 재판부는 이어 노태우 피고인의 형량을 징역 22년 6월에서 징역 17년으로 감경하면서 "수창한 자와 추수한 자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 전두환의 책임에서 다시 감일등 한다"고 밝혔다. 이는 "쿠데타를 주도한 세력(전두환씨)과 이를 추종한 세력(노태우씨) 모두 불법행위에 가담했지만 "주도와 추종"의 경중을 가려 양형을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또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장세동 피고인에 대해 "막중한 공직의 책임을 사당의 은고보다 아래에 두었으니 딱한 일"이라고 전제했으나 "장피고인은 이 사건이 일찍 처리되었더라면 한번에 끝낼 수도 있었던 영어의 고통을 세차례 거듭하는 딱한점이 있다"며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이 말은 쿠데타 당시 30경비단장이었던 장피고인이 쿠데타이후 중앙정보부장과 대통령 경호실장 등 요직을 거치는 과정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공익"보다는 전씨와 주변인사들의 사익을 보호하는데 이용했다는 의미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미 처벌받은 사실을 감안해 형을 낮춘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 허화평, 허삼수, 이학봉 피고인에 대해 "이들이 자시하여 피고인 전두환의 우익이 되고 함께 그 뜻을 성취하였으며 아직도 앙연한 뜻이 은연중 배어나니 이치로 말하면 피고인 전두환보다 책임이 가벼울 것이 없다"고 다소 강경한 표현을 썼다. 허피고인 등은 충성심과 권력욕에 집착한 나머지 자진해서 전씨의 쿠데타에 적극 앞장섰을 뿐 아니라 역사의 심판을 받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반성의 빛을 보이기는 커녕 "성공한 쿠데타"에 대한 궤변만을 늘어놓는 점으로 미뤄 전씨의 죄가와 맞먹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밖에 12.12 당시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이었던 이희성, 주영복피고인들의 "힘에 밀려 내란세력에 끌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변명에 대해 "내란시 정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졌던 사람들의 이같은 변명은 하료의 일"로 표현, "사건당시 전씨보다 높은 계급에 있었던 이피고인 등이 변명에 급급한 것은 졸장부에게나 가능한 짓"이라고 비하했다. .12.12, 5.18사건 및 비자금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417호 법정은 오전 9시40분이 되자 방청객들과 취재진들이 들어차 국민적 관심도를 반영. 방청객들 중에는 1심 공판이후 공판마다 줄곧 방청해온 광주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공판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전두환.노태우 피고인의 측근들도 나와 선고를 차분히 기다리기는 모습. .변호인들은 오전 9시45분께 이진강 변호사를 시작으로 서익원, 한영석,이양우변호사 등의 순으로 입정. 변호인들은 입정하면서 서로 악수를 나눈 뒤 곧 바로 자리를 잡고 다소 굳은 표정으로 공판을 기다리는 모습. 서변호사는 입정하면서 "선고형량이 어떻게 나오겠습니까"라는 취재진들의 인사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선고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표출. 검찰은 변호인들보다 5분정도 늦은 50분께 김각영 12.12 및 5.18사건 특별 공판부장을 선두로 12.12 및 5.18사건 주임검사인 김상희 부장검사,전씨 비자금사건을 수사했던 김성호 서울지검 특수2부장, 노씨 비자금을 수사했던 문영호 대검 중수1과장 등의 순으로 입정. .권성부장판사 등 재판부는 공판 시작 시간보다 3분여정도 빠른 57분께 입정, 곧 바로 피고인들의 입정을 지시했고 법원 정리의 호명에 따라 전두환.노태우.유학성.황영시 피고인 등의 순으로 16명의 피고인들이 입정. 전피고인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재판부에 가볍게 목례를 한뒤 곧바로 착석했고 노피고인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듯 다소 수척한 모습.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박준병피고인은 방청석과 재판부를 향해 90도에 가깝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피고인들중 가장 마지막으로 입정한 정호용 피고인은 항소심 선고 결과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진듯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입정. .권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입정이 끝나자 피고인들을 기립시킨뒤 통상적인 관례와는 달리 주문낭독에 앞서 판결이유를 먼저 설명하겠다고 공판 순서에 대해 고지. 권부장판사는 "기록을 위해 피고인들에 대한 사진촬영을 허가 하겠다"며 미리 대기하고 있던 사진기자들에게 촬영을 허용했고 30초간의 사진촬영이 이뤄지는 동안 피고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16일 12.12, 5.18 및 비자금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대통령에게 1심보다 감형이 이뤄져 각각 사형에서 무기징역, 무기징역에서 징역 17년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초조와 긴장에 휩싸여 있던 전.노씨의 연희동 자택은 순식간에 안도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전씨 자택에는 이순자씨와 큰아들 재국씨 내외, 막내 재만씨 등이 선고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비서관을 통해 감형소식을 전해듣자 모처럼 밝은 얼굴을 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 비서관은 "감형을 거의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쁘다"면서 상기된 목소리로 감형을 반기는 집안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김옥숙씨와 비서관들은 감형소식을 반기면서도 지난번 1심 공판때 무기징역이 선고된 때문인지 전씨 가족들에 비해 담담한 분위기.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16일 오전 서울서초동 서울고법 주변에는 돌발적인 시위 등에 대비, 인근 서초경찰서에서 파견된 경찰 3개중대 병력이 법원 정문과 동문, 구내에 배치돼 삼엄한 경비. 1심 선고공판 당시 새벽부터 방청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 공판은 일반의 관심이 다소 반감된 듯 평소 월요일 아침과 같은 평온한 분위기. 경찰 관계자는 "이미 2-3일전 방청 대기권 배포가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방청권을 얻기위한 행렬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설명. 이미 방청대기권을 받은 방청객들은 이날 아침 법원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오전 8시30분께부터 삼삼오오 줄을 지어 차례로 법원 정문을 통과. 그러나 경찰은 5.18 민중항쟁구속자회 등 5.18 관련단체 회원 32명이 전날 상경해 이날 오전 법원앞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돌발 시위에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법원 정문앞에는 이틀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방송사 중계차량 9-10대에 기술요원들이 투입돼 가동을 시작하고 각 방송사들이 현장중계를 위한 부스를 설치하느라 부산.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권성부장판사) 사무실이 있는 법원가동 16층에는 전날 밤부터 승강기와 사무실입구에 청원경찰이 배치돼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 재판부는 이날 아침 7시께 권부장판사와 배석 김재복, 이충상판사가 모두 출근해 공판진행과 관련 마지막 회의를 갖기도.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