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사업일부 매각] 쌓이는 적자에 불가피한 선택 .. 의미

삼미그룹이 경영위기 탈출을 위해 주력기업의 몸통에까지 메스를 댔다. 삼미가 특수강의 봉강과 강관부문을 떼어내 포철에 팔기로 한 것은 날로 심각해져 가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특수강의 봉강부문은 전기로를 포함하고 있어 이 회사의 심장부와 같다. 그동안 자구노력 차원에서 매각한 계열사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런 점에서 삼미의 봉강부문 처분 결정은 그룹의 명운을 건 결단으로 이해할만 하다. 삼미그룹은 최근 들어 자금난 악화로 시달려 왔다. 지난달엔 만기 도래한 해외 전환사채(CB) 4백9억원을 제일은행과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상환했다. 이달들어서도 만기돼 갚아야할 2천6백억원의 부채를 은행들로부터 협조받아상환기일을 연기하기도 했다. 총부채가 1조원에 달하는 데다 지난 상반기에만 3백83억원의 적자를 낸 삼미가 휘청거린다는 소문이 증시에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런 극한상황에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던 삼미로선 결국 봉강부문을분리매각키로 한 셈이다. 삼미특수강이 강판부문을 제외하고 봉강부문을 따로 떼어내 팔기로 한 것은봉강쪽이 덩치가 크면서도 특히 적자를 내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미특수강 창원공장의 총 철강생산능력 연산 1백만t중 봉강부문은 80만t에 달하는 큰 덩어리다. 전체 종업원 3천여명중 2천5백여명이 봉강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삼미특수강의 중핵분야라 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봉강부문은 삼미특수강을 적자 덩어리로 만든 주범이었다. 연산 20만t의 스테인리스 강판을 생산하는 강판생산 부문은 현재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반면 봉강부문은 수요부진으로 만성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3년 8백95억원, 94년 6백85억원, 95년 3백94억원 등 지난 3년간 2천억원에 달한 누적적자의 전부가 봉강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삼미특수강은 봉강부문의 매각대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저 협의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삼미가 지난 91년 당시 봉강부문의 설비투자에 3천억원 정도를 투입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가치로 따져 이는 훨씬 넘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미는 이같은 매각대금으로 1조원에 달하는 빚중 악성 부채를 우선적으로 갚아 나갈 계획이다. 어쨌든 삼미그룹이 봉강부문을 포철에 매각하게 되면 그룹 규모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삼미그룹의 지난해 그룹 매출액은 총 1조3천5백88억원. 이중 삼미종합특수강의 매출은 9천4백60억원으로 그룹 매출규모의 70%에 달한다. 특수강 매출에서 봉강부문의 매출은 4천억원 규모다. 따라서 봉강부문을 팔게되면 총 매출은 1조원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매출기준 30대그룹권에선 완전히 벗어나는 셈이다. 삼미그룹은 추가적인 계열사 정리계획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경영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할 문제"(삼미그룹 관계자)라는게 공식적인 코멘트다. 삼미는 현재 (주)삼미 종합특수강 금속 기술산업 화인세라믹 전산등 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경쟁력이 취약한 일부 계열사의 경우 추가 매각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문제는 삼미가 경쟁력 없는 계열사를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있겠느냐는 것"(업계 관계자)이다. 삼미그룹은 특수강의 봉강부문을 팔고 캐나다 현지법인인 삼미아틀라스사가내년초 현지에서 상장돼 보유지분의 매매차익을 거두면 자금난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술만 성공적으로 끝내면 건강을 회복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김현배회장이 취임한후 1년만에 결국 그룹의 핵심사업권까지 떼어내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몰린 삼미그룹. 결국 "차떼고 포떼고" 전쟁에 임해야 할 삼미그룹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