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 '치루' .. 일반적으로 '통증후 고름'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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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40대남자가 5일전부터 항문주위가 조금씩 아프고 저녁마다 미열이 났다. 몸전체가 거북하고 변비가 심해 감기 몸살인 것으로 알고 감기약을 지어먹었으나 항문통증이 점점 심해 병원을 찾아왔다. 필자가 환부를 관찰하고 눌러봐도 전혀 이상이 없었으나 손가락촉진을 해보니 환자가 항문안쪽에 통증을 느껴 초음파검사를 실시했다. 항문 안쪽 깊숙한 곳에 고름이 잡혀있었고 직장 후벽을 따라 위쪽으로 치루가 진행되는 상태였다. 치루는 항문과 직장사이에 있는 항문샘(땀샘)에 세균이 침입해서 곪았다가 터지거나 고름을 뺀 다음에 구멍이 항문옆에 나있는 상태다. 항문주위에 고름이 잡혀있고 터지지 않으면 항문농양이고 만성화된 것은 치루다. 일반적으로 고름이 항문 바깥쪽에 생기면서 터져나오면 쉽게 진단할수 있으나 항문 괄약근쪽에 생기면 진단하기 힘들다. 일단 치루가 생기면 대변이 치루자리를 따라 밀고 올라가므로 점차 염증이 심해지고 고름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치루가 생긴 자리에서 고름이 터져 나오면 일순간 통증이 없고 편안한 상태가 된다. 통증이 심하다가 고름이 다시 터져 나오면 시원한 느낌을 받고 통증이 사라진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치루는 점점 깊어진다. 술을 먹든지 과로할때 항문주위에서 고름이 터져나오면 반드시 치루를 의심해야 한다. 항문벽을 관통하는 치루가 생기면 자연치유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치료를 하지 않고 오래 놔두면 치루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아 반드시 발견 즉시 조기수술이 필요하다. 치루암은 수술시 항문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며 전이가 심한 악성암이어서 치료성적이 좋지 못하다. 따라서 암 발생이전의 치루상태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항문농양의 상태를 거쳐 치루가 되므로 항문농양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는 고름을 제거하고 차후에 치루가 재발하면 다시 수술하는 방법과 한꺼번에 고름을 제거하고 치루를 수술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방법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치루가 재발한다해도 좀더 치료가 쉬운 상태에서 수술등 근원적 치료를 실시할수 있어 더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치루치료의 열쇠는 가장 안쪽 자리에 생긴 치루를 어떻게 치료하는가에 달렸다. 간단한 치루는 치루관(항문과 연결된 치루의 공간)을 칼로 절개해 모두 노출시킨다. 복잡한 치루는 치루관이 항문괄약근을 많이 침범한 경우로 이경우 수술하면 괄약근의 손상이 크다. 따라서 세론법 근충전술 점막피판이동술등 괄약근을 보존하는 수술방식을 이용해 치료하게 된다. 치루수술은 재발률이 높다. 그러나 경험많은 전문의가 적당한 방법을 채택해 수술하면 배변기능의 손상없이 치료될수 있다. 조기발견과 조기수술이 항문암등 최악상태를 미리 막는데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