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고객만족으로 불황파고 넘는다'..발로 뛰는 AS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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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의 판매전문회사인 포스틸은 지난달 국내기업으론 처음으로 ''고객이사제''를 도입했다. 철강 수요업체 대표들을 고객이사로 임명해 영업전략회의 등에 참여시킴으로써 그들의 애로를 적극 청취하고 개선한다는 취지다. 동부제강도 최근 주요 고객사에 직원을 수시로 파견해 수요업계의 목소리를직접 듣는 ''고객 상시 접촉체제''를 구축했다. 인천제철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AS팀을 신설하고 고객의 불만사항을즉시 처리토록 하고 있다. "철강도 이젠 고객만족 시대다". 가전이나 자동차등 소비자와 직접 맞닥뜨린 업종의 전유물처럼 돼 있던 "고객만족"이 대표적 소재산업인 철강업계에서도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철강은 원래 마케팅이 필요없던 업종이었다. 그저 만들어만 내면 팔려 나가던 제품이었다. 그동안은 오히려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공급부족이었던데다 품목별로 독과점 시장이어서 판매 경쟁이 필요없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대외적으론 개방화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중국 러시아의 저가 철강제품들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안으로는 설비능력증대로 일부 품목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수요는 늘지 않는다. 그래서 철강업계는 쌓여만 가는 재고 처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젠 철강도 고객만족을 외치며 본격적인 판매경쟁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철강업계의 고객만족은 크게 두가지 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대고객 서비스 제고이고 또 하나는 철강이미지 개선을 통한 수요확대다.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기존의 고객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철강은 사양산업"이란 인식을 개선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는 방안이 그것이다. 전자가 개별업체간 경쟁전략이라면 후자는 철강업계 전체의 공동전략이다. 우선 고객 서비스 개선을 보면 철강업계의 달라진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갖가지 아이디어는 소비재 업종을 뺨친다. 대표적인 곳이 포철. 고객이사제 도입이란 파격외에도 포철은 이미 열연제품의 결제조건을 현금판매에서 외상으로 전환하고 담보조건도 무담보도 바꿨으며 클레임보상의 경우 기존의 선조사 후보상에서 선보상 후조사로 돌렸다. 또 대금 입금방법도 그동안은 포철의 재무본부에 입금해야 했으나 이제는 수요자가 자신의 거래은행에 입금토록해 불편을 덜어줬다. 특히 이 회사는 최고경영자가 고객만족을 솔선수범하고 있다. 포스틸의 전순효사장은 영업담당 임원들이 동행하는 고객사 순회방문을 최근 마쳤다. 그는 이번 업체방문에서 지난 10월부터 추진중인 고객만족 혁신 판매서비스가 실제로 고객사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들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직접 들었다. 포스틸 관계자는 "이번에 접수된 건의사항은 내년도 영업서비스전략에 적극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제철은 영업조직 자체를 서비스 중심 체제로 전환해 고객만족을 추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광주 대구 대전에 영업소를 신설하고 서울 영업소를 강남과 강북으로 나눠 고객들을 발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고객현장 중심의 영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는 얘기다. 인천제철은 또 영업AS팀을 신설해 1년에 2번씩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등 체계적으로 고객만족을 추진키로 했다. 동부제강의 경우 지난 94년부터 최고경영자가 "지속적인 품질 개선으로 고객만족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품질경영 방침을 선포하고 품질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고객만족의 근본이란 "품질 우선주의"인 셈이다. 이 회사는 여기에 공장대표 대리인 파견제도(MR)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객회사에 MR요원을 파견해 고객의 소리를 수시로 듣는 "상시 접촉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제품의 품질을 모니터링하고 고객의 욕구(Needs)를 파악해 전사적 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한 제도다. 동부제강은 MR활동후 고객들로부터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이 활동의 대상고객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이 지난 10월부터 준비에 들어간 수주생산통합시스템(CIM) 구축도사실은 고객만족 전략의 하나다. CIM이란 메이커가 고객사와 컴퓨터 라인을 연결해줌으로써 고객들이 철강회사의 생산 출하 재고현황을 한눈에 들여다 보며 주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지금처럼 고객이 주문서를 보내면 일일이 수작업으로 오더를 끊고 출하시기를 결정하던 절차를 대폭 단축해버리는 것이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입맛에 맞는 제품을 앉아서 주문하고 즉시 살 수 있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고객만족의 하드웨어라 할 만하다. 이밖에 한보철강이 수요업체 대표들과의 기술.수급간담회를 정기화하기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나 삼미특수강이 사장실에 고객의 팩스를 설치한 것 등도모두 고객들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바짝 갖다 대기 위한 방안들이다. 모두 고객만족을 위한 노력들이다. 철강업계는 이런 개별적 고객만족 전략외에 철강의 이미지 개선을 통한 수요확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신소재의 등장으로 앞으론 새로운 수요창출만이 철강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란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업계는 스틸하우스나 스틸캔 등 소비자 위주의 수요개발과 이미지 제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