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가 국가경쟁력] (중) '정부/업계 개선책 등한시'

중소직물업체인 S상사는 애써 만든 물류전담부서를 사실상 해체했다. 2년전 처음 부서를 만들때는 12명의 직원에다 "실탄"도 충분했는데 최근 팀장인 과장밑에 여직원 2명을 달랑 남겨 놓는 인사를 단행한 것. "발족 초기엔 제법 아이디어도 많이 내 사장님의 신임이 두터웠죠. 그러나 중국과 동남아지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자 조금씩 인력을 빼가더니 이젠 부서해체 국면에 몰렸습니다" K과장은 자신도 이젠 "인공위성"이 될 판이라고 한숨짓는다. 물류는 생산성과 제품원가를 낮출수 있는 "비용"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기업들의 물류관은 겉과 속이 다르다. 고물류비를 외치고 다니면서도 실제로 대비하는 기업은 드문게 현실이다. "물류전담부서가 없는 기업이 전체의 46.9%나 되고 회계처리상 물류비를별도 항목으로 산정하고 있지 않은 기업도 37.9%나 된다"(대한상의)는 조사결과는 이를 웅변한다. 성과분석을 위한 기초자료도 기업 스스로 챙기지 않으니 계획도 주먹구구식일 수밖에 없다. 이래서 국내 기업들의 물류개선책은 "립서비스"란 비난을 받을 만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물류 표준화. 기존 방식을 뜯어 고쳐 표준에 맞춰야 하는 만큼 돈이 들게 돼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영업도 안되는 판에 가욋돈은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KS포장 규격사용률이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반증한다. 80%가 넘는 회사들이 제각각의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표준팔렛의 사용률도 마찬가지. 일관수송용 표준팔렛인 T-11형을 사용하는 기업은 42% 밖에 안된다. 포장규격과 팔렛을 "자기방식"대로 채택하면 그 만큼의 비용을 "버리게"된다. 제품의 운송 보관 하역작업 등이 원활히 이루어질리 없기 때문이다. 서로 이가 안맞는 케이스다. 기업들의 물류 정보화도 아직은 "묘판" 상태다. 물류온라인망을 구축한 업체는 34%다. 일본의 80%와 비교하면 경쟁은 이미 끝난 상태. 전자문서교환(EDI)과 물류바코드의 도입실적도 각각 25%와 32%에 불과하다. 정부도 "두얼굴"로 물류를 바라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부곡에 짓고 있는 복합화물터미널의 공사과정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내년초 부분개장하는 이 터미널은 지난 91년 계획을 세워 지난해 5월에야 착공할수 있었다. 건설교통부의 후원을 받으며 추진된 복합터미널 계획이지만 각종 행정규제로입안에서 착공까지 4년을 날려 보낸 셈이다. "그나마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 정도 기간에 사업을 진척시킬수 있었다"(한지연 공영복합터미널 사장)는 설명이고 보면 민간 순수기업의 "고초"는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게다. 정부는 최근들어 고물류비 해소책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으나 정작 기업들이가려워 하는 부분엔 손을 안댄다. 기업들이 가려워 하는 부분 한토막. 제조업체가 공장용지를 팔면 특별부과세의 세액을 50% 감면해주거나 과세를 연기해 준다. 반면 물류시설은 혜택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이것은 물류관련업체인 창고업과 화물운송업 등이 도소매 서비스업(표준산업분류)에 속해 있어 제조업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제역할을 등한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고물류비를 해소하기 위해선 어차피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아야 한다. 물류 정보망만 봐도 그렇다. 개별 기업이 아무리 잘 된 네트워크를 구축해도 그건 어느날 무용지물이 된다. 계열공장과 거래처를 전산망으로 연결해봐도 신규거래선이 따로 오지 않으면제구실을 못한다. 그러나 국가전산망은 고속도로와 마찬가지여서 누구나 들어왔다 나갈수 있다. 물류란 정부와 기업이 "2인3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걸 빨리 깨달아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