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평가손/부실채권 '2중고' .. 96년 은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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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은행경영의 최대 걸림돌은 경기침체에 따른 막대한 주식평가손과 부실채권이었다. 금융계에 대한 끊임없는 내사설과 함께 일부 시중은행장의 구속도 경영환경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조치와 함께 해외주식예탁증서(DR)의 발행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결산뿐만 아니라 자기자본비율을 조정하는데 있어서 부산을 떨어야 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비과세 가계장기저축및 신탁상품의 등장은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주식평가손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등 대형 시중은행들의 올 주식평가손은 은행당 5천억~6천5백억원으로 25개 일반은행의 전체 주식평가손은 5조원에 육박하고있다. 물론 올들어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에 비해 24%가량 떨어진 외부적 요인이작용한 것이지만 주식에 과도한 투자를 실행한 경영책임도 크다. 만약 연말결산때 주식평가손의 30%이상을 유가증권 평가충당금으로 적립토록한 은행감독원의 조치가 없었더라면 대다수의 은행이 적자를 면키 어려웠을것이다. 그러나 서울 경기 충청 제주은행 등은 여전히 적자결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실채권및 금융계 사정 =경기침체의 가속화로 상당수의 중견기업들이 부도로 쓰러졌다. 그 여파는 은행경영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상장기업만 건영 우성건설 삼익악기 동신등이 부도를 냈다. 이들 기업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최악의 해를 보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은행들도 크고 작은 부실채권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잇따른 금융계 사정도 이어졌다. 지난 4월말 이철수 제일은행장이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지난달엔 손홍균 서울은행장이 영어의 몸이 됐다. 거기다 은감원의 실명제 위반 특검 등 "금융 사정한파"가 연중으로 닥쳐 은행들의 입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경영수지및 자기자본비율 ="경쟁력 10% 높이기운동"의 일환으로 일제히 금리를 내렸지만 각 은행들의속내는 즐겁지 않다. 실세금리가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예대금리의 축소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비과세 가계신탁의 배당률이 15%안팎을 유지하고 있는점도 부담스럽다. 장기신용은행 보람은행 등이 해외DR 발행에 실패한데 이어 급기야 정부측이 추가발행을 연기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해외DR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싶었던 은행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끝없는 추락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은행들은 뒤늦게 "연체대출을 축소한다" "유휴부동산을 매각한다" 등의 결사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