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단독처리] "'새 틀' 짜여졌지만..." .. 산업계 파장

산업현장에 초비상이 걸렸다. 노동계가 신한국당의 노동관계법 기습처리에 반발, 총파업에 돌입하는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비록 노사관계의 새틀은 짜졌지만 생산현장은 당분간 큰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우선 이번 노동법 파문으로 연말 수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에 자동차 조선 철강등 주요기간산업 사업장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에따라 노동계의 총파업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자칫 우리경제는 회복불능 지경으로 빠질 가능성이마저 없지 않다. 정부가 이번 노동계의 반발을 초동단계에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우리 산업현장은 지난 87년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법 개정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집단은 민주노총(위원장 권영길). 이 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법 개정안 기습처리는 입법절차상 원인무효"라고 선언하고 즉각 산하 단위노조에 총파업 지침을 시달했다. 이에 따라 이미 파업을 결의한 3백20개 산하 노조 가운데 1백여개 사업장이생산라인을 세웠다. 총파업에 동참한 노조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중공업 대우중공업 통일중공업 등 대규모 사업장들이 많이 포함됐다. 민노총은 내년부터 상급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키로 되어 있던 개정안이 막판에 "3년 유예"로 바뀐데 대해 도저히 수용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합법화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일 전망이어서 당국과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도 이날 산별대표자회의를 갖고 28일 오전 9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했다. 또 3~4월로 예정되어 있는 내년도 임금협상을 1월로 앞당겨 노동법 개정 반대투쟁과 연계시키기로 했다. 합법단체인 노총은 상급단위 복수노조 허용시기 연기보다는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쟁의기간임금불지급 등이 포함돼 근로자 권익이 침해된데 반발하고 있다. 노총과 민노총은 노동법 개정 반대투쟁을 대정부투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총은 이날 노동법 개정안 기습처리를 "12.26 폭거"라고 규정하고 "문민독재정권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노총은 노동법 통과직후 "신한국당을 해체시키고 김영삼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해 각계 민주세력과 함께 범국민적 항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두 노동단체가 연대해 유례없이 대정부투쟁에 나설 경우 정국은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진다. 이들은 최근 연대투쟁을 적극 협의한 바 있다. 산업계는 총파업이 단기에 끝난다면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로 쌓인 재고가 많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파업이 장기화되면 도산업체가 속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지경으로 빠지고 바이어도 속속 이탈,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총파업 비상국면이 얼마나 장기화되느냐는 두 노동단체의 결집력과 정부의대응방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총파업 지도부가 춥고 휴일 많은 연말연시에 조합원들을 강하게 결집시키기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게다가 정부가 수차례 밝힌대로 초기에 강경대처, 파업 주동자 및 가담자를검거하고 나면 총파업 열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동계를 자극할 만한 계기가 발생할 경우엔 총파업 비상국면이 적어도 내년 봄 임금협상때까지 연장되고 심지어는 연말 대선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