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글로벌 이슈] (5) '유럽통합 대약진'

"통합유럽은 어떤 모양새를 갖출 것인가" 미합중국과 같이 하나의 화폐를 사용하며 공동으로 외교및 안보정책을 펼치는 연방국가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상품과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운 경제공동체 수준에 머물 것인가. 내년은 이에대한 해답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유럽통합 사상 가장 중요한 한해로 주목되고 있다. 경제통합의 완결판인 화폐통합의 실현여부가 확정되고 정치적 결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헌법개정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를위해 지난주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은 지난 91년에 제정된 통합유럽의 헌법격인 마스트리히트조약을 내년 6월의암스테르담회담까지 완결짓는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2천년대 폴란드 헝가리등 동구권의 가입으로 EU의 몸집이 커질 경우 현행 의사결정방식이나 느슨한 역내 경찰조직등으로는 통합유럽의 유지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해 통합룰을 공공히 하자는 것이다. 금년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유럽정부간회의(IGC)의 실무진은 유럽경찰 조직인 유러플의 기능강화, 국경철폐를 통한 공동비자정책 도입, 마약 아동학대 테러등에 공동대응 실천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외교및 군사행동 결정의 표결방식에서도 현행 회원국간 만장일치에서 다중다수결로 변경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특히 강한 연방국가를 주장해온 독일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범유럽 FBI"의설립을 제기해 관심을 끌었다. 이밖에 유럽의회및 사법재판소의 권한도 강화해 국가독립의 상징인 사법권및 입법권도 대폭 통합유럽에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 나오고 있다. 화폐통합이 당초의 계획대로 오는 99년부터 실시될지 여부도 내년도 EU회원국의 경제성적표로 결정된다. 영국 스웨덴등 일부회원국을 제외하고는 내년도 긴축예산안을 편성하는등 화폐통합 참여의 전제조건인 재정적자폭및 공공부채규모등을 충족시키기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독일 프랑스등 통합주측 세력을 포함한 주요 회원국이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화폐통합이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화폐통합에 대한 유럽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으로 더블린 정상회담에서 공동화폐인 "유로"가 그모습을 드러냈으며 화폐통합 규정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조항도 마련했다. 그러나 현안이 중대한 만큼 이에대한 회원국간 의견조정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유럽통합에 소극적 입장을 보여온 영국은 국가독립성 유지를 이유로 화폐통합및 의사결정권등 제도개선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총선에서 유럽통합에 다소 우호적인 노동당이 집권해도 선택적참여 원칙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덴마크 스웨덴등 일부회원국에서 국가권리의 포기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것도 큰장애로 등장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현재 시민단체등에서 EU에 대한 국가권리 아양에 대한 문제를 제기, 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유럽통합의 양대측인 독일과 프랑스 양국간에도 사회정책의 공동기준과 외교정책 결정기구등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독일은 화폐통합 위반국에 대한 자동적 제재를 주장한 반면 프랑스는 정치적 해결을 내세워 상당한 마찰을 빚은게 그예이다. 지난 52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등 6개국이 파리에 모여 유럽합중국의 청사진을 제시한후 45년. 그동안 한지붕 15가족으로 살림이 커져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가 한층 어려워진게 사실이다. 그러나 회원국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며 오늘에 이른 사실을 감안하면 내년은 통합유럽의 모습을 보다 구체화하는 한해가 될것이라는 일반적 견해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