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나의 사무실 이야기) '사랑의 찻집을 마치고'

"12.12.무슨 사태가 일어났니?" 제 20회 사랑의 찻집. 찻집을 마치고 모두가 돌아간 자리. 마치 연극배우가 연극이 끝난후 무대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다. 육체적으로는 안하던 일을 해서 그런지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고 허리도 그에 못지않게 쑤셔온다. 사랑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 그러나 이런 작은 수고가 삶이 춥고 외로운 누군가에게 더없는 삶의 원동력이 됨을 알기에.. 여직원 모임인 "고리회"가 20회째 해오는 찻집이지만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은 협찬을 받았다. 특히 자원봉사로 섹스폰을 연주해주신 국제법무담당인 카렐씨를 비롯해 노래자랑을 위해 며칠전부터 연습을 하고 의복을 준비한 사우들.. 어찌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있으랴. 1시간동안 벌어진 노래자랑순서는 사우들의 폭발적인 인기로 오후에 두번을 더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유공맨들이 일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노래까지 수준급인 줄은 미처 몰랐다. "저 사람 유공 사람이에요? 가수에요?"라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역시 걱정거리는 수익금 확보. 그동안 고리찻집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은 전액 매년 후원을 해주는 후원처로 1년동안 나누어서 후원을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수익금이 적을 경우 내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보완책으로 생각한 것이 사랑의 초콜릿 판매였다. 찻집에 올 정도의 사람이라면 마음이 부유한 사람이기에 흔쾌히 팔아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초콜릿은 오전에 다 팔려 오후에는 카드판매로 대처할 정도였다. 고리회에서 후원하는 단체중 가장 오랜 친구인 벽제결핵자활원. 바쁘신중에도 먼 곳에서 왕림해주신 이석두 원장선생님을 모시고 인사말씀을 들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귤상자를 주시면서 수고많다는 격려의 말 한마디. 우리가 후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받는 것이 더 다른 것을 발견한다. 주름진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보면서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그분들에게 사랑으로 심어진다는 보람에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올해도 되찾은 깨달음. 사랑이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전길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