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멕시코 경제 위기극복 상승국면 진입"

한국경제도 멕시코처럼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게 일고 있다. 무역적자급증, 부도증가, 파업 등이 OECD가입과 어우러지면서 불길한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의 전철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일이다. 주미 특파원의 ''멕시코 경제진단''을 싣는다. ====================================================================== 박영배 "이제 멕시코는 경기침체를 완전히 벗어났다. 올해 GDP성장률이 4.2%, 내년도에는 4.7%를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경제개혁은 성공적으로 꾸준히 계속될 것이지만 문제는 정치-사회적인 개혁이다. 집권당에 대한 공공연한 비난, 정파간의 대립, 치아파스 농민반군 등 불확실한 요소들이 아직 남아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된다면 멕시코 경제는 두 날개를 단듯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멕시코의 저명한 경제예측기관인 CIEMEX-WEPA의 대표 벨리오박사가 진단하는 멕시코 경제이다. 2년전인 94년12월20일, 페소화의 평가절하로 멕시코경제는 하강국면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듯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페소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주식시장은 엉망이 됐다. 외국자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멕시코에 투자키로 한 외국 기업들은 모든 계획을 유보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멕시코가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낸 가운데 미국과 IMF(국제통화기금)는 서둘러 4백억달러에 이르는 금융지원을 하는 소동을 피웠다. 이같은 혼란의 여파로 멕시코는 다음해 -6.9%의 GDP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는 80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마이너스성장은 95년 한해로 그치고 말았다. 올들어서는 상승무드에 젖어 있다. 페소화가 안정되면서 인플레가 진정돼가고 있고, 페소 채권이자율도 떨어지고 있다. 투자를 보류한 외국 기업들도 다시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페소화는 달러당 7.5페소 이하를 유지해 왔다.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긴측 및 여신축소정책, 핫머니 등 해외자본 유입,무역수지 개선, 국영기업매각 등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환율의 경우는 연평균 8.50이 될 것으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목표이기도 하다. 기에르모 오르티스 재무장관은 최근 8.50의 환율유지가 멕시코경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 가면 일부 주지사와 멕시코시티 시장선거가 있어 환율이 다소 불안해질 조짐도 없지 않다. 페소화 평가절하가 멕시코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것만은 아니다. 페소화 가치가 낮아짐으로써 수출경쟁력이 강화된 것이다.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던 95년에 74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올해도 63억2천만달러의 흑자(수출 9백52억9천만달러, 수입 8백89억7천만달러)가 예상되고 있다. 외환보유고도 94년에 불과 61억달러였으나 95년 1백57억달러, 올해는 1백70억달러정도가 될 전망이다. 이자율 역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시증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재무부공채(CETES)의 28일 만기이자율이 금융위기 이후 70~80%까지 올라갔으나 지금은 30%대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도 통화긴축정책과 환률안정시책에 힘입어 지난해는 무려 52%였으나 올해는 그 절반수준인 27%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당초 목표로 내세운 20.5%를 상회하는 수치이긴 하나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멕시코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90년대들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영향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89년의 외국인투자는 27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81억5천만달러(주식투자 25억6천만달러 포함)였다. 나라별로는 미국의 총투자액이 2백54억달러로 전체의 60%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국(38억달러), 독일(32억달러), 일본(25억달러), 스위스(19억달러),프랑스(19억달러)순이다. 특히 멕시코는 북미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점이 많다. 이를 이용, 멕시코는 여러 나라들과 경제블록을 형성해가고 있다. 중남미와는 같은 언어권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북미, 즉 미국과 캐나다와는 NAFTA로 연결고리가 맺어져 있다. 멕시코는 이미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11개국과 중남미통합무역협정(LAIA)을 맺었고 코스타리카 볼리비아와도 각각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와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멕시코는 또 니카라과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이며, 범미주 자유무역협정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과도 무역 투자 제도분야에 대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협력체로 관심을 모으면서 94년 1월1일부터 발효된 NAFTA는 멕시코경제를 크게 부양시킨 효자로 평가되고 있다. 협정발효 첫해 멕시코와 미국의 교역은 전년보다 20.5% 증가한 1천64억달러를 기록했고, 평가절하 여파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은 95년에도 교역규모는 1천2백4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도 상반기중 교역량이 22%나 늘었다. 캐나다와도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에 대한 수출은 20억달러로 전년대비 34%가 증가했으며 그중 95%가 제조업상품이었다. 올해에도 대캐나다 수출은 크게 신장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멕시코제품은 캐나다 수입시장에서의 비중이 94년 1.8%에서 이제는 2.5%에 이르고 있다. 멕시코는 특히 외국인 투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NAFTA 출범을 계기로 외국인투자법을 개정,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했을 뿐만 아니라 행정절차 간소화, 수출이행요건 및 멕시코산 부품사용 의무율 완화, 내수판매제한도 철폐했다. 광산개발, 자동차부품생산, 전화서비스, 은행 등 금융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참여한도도 완화했다. 멕시코가 경제위기를 비교적 순조롭게 극복했지만 풀어야할 과제 또한 많은게 사실이다. 치아파스에선 농민반군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고 게레로주는 자치독립을 부르짖고 있다. 아직 큰 영향력은 없으나 정치 사회적인 소요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 외채도 멕시코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멕시코인들은 자신의 장래를 밝게 보고 있다. 뉴욕에서 만난 실업인 로베르토씨는 "멕시코의 가장 큰 자산은 곤경을 이겨내는 인내심"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멕시코시티 무공 무역관장인 최영범씨도 동의한다. 최관장은 "멕시코는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획기적 처방이나 충격요법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을 갖고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여기에 풍부한 인력과 자원은 멕시코를 결코 주눅들게 하지 않는 요소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